터키, 인플레 추세 역행한 '저금리' 정책…리라화 40% 폭락

KIEP "만성적 경상수지 적자, 높은 환율이 터키 물가에 지속적 부담 작용"
리라화 가치, 작년 9월 1달러당 8.56리라에서 3개월간 16.41리라까지 폭락
터키 경제 자체는 양호한 상황…2021년 9% 성장 추정

입력 : 2022-01-03 오후 4:34:48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터키의 리라화(TRY) 가치가 미국 달러화 대비 약 40% 하락하는 등 터키 환율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터키 정부의 부적절한 저금리 정책이 터키 환율과 물가에 지속적인 상승 압박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가 3일 발간한 '세계경제 포커스-최근 터키 환율 불안 원인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터키 정부가 물가 상승 추세에 역행하는 저금리 정책을 전개하면서, 리라화 가치는 지난해 9월 평균 1달러당 8.56리라에서 12월 17일 종가 16.41리라로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터키 정부는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되 환율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지난달 18일 예금자보호정책을 발표하면서 리라화 환율은 지난달 28일 종가 11.62리라로 가까스로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KIEP는 이 같은 터키 환율 불안의 원인으로 터키 경제 구조와 경제 정책을 꼽았다.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가 환율과 국내 물가에 지속적인 상승 압력을 주고 있으며, 특히 물가 상승은 경제의 달러화(Dollarization)를 부추겨 환율 상승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종교(이슬람교)를 강조하며 정치적으로 성공해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슬람교의 생활규범인 샤리아(Shariah)를 근거로 저금리 기조를 강력하게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터키중앙은행(TCMB)은 경기 회복 과정에서 물가 상승 우려에 따라 기준금리를 연이어 인상하며 작년 3월 19%까지 올린 바 있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를 강조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개입으로 이후 9개월 동안 4차례에 걸쳐 14%까지 인하해 환율 불안이 촉발됐다는 분석이다.
 
물가 상승 추세에 역행하는 저금리 정책이 추진되고 환율 변동에 불안을 느낀 터키 국민들이 리라화를 달러화, 유로화 등으로 바꾼 점도 라리화 가치 급락에 한몫했다.
 
특히 리라화 환율 급등에 따라 수입 물가도 급등하면서 작년 1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1.3%까지 치솟았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연료, 식음료 등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회불안도 커졌다.
 
한편 이와 별도로 터키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인 2020년 1.6% 성장했고, 2021년 9% 성장이 추정되는 등 상대적으로 매우 양호하다는 것이 KIEP 측의 평가다.
 
터키 경제는 고강도 방역 조치를 시행한 2020년 2분기 전기 대비 -10.8%의 역성장세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팬데믹 시기 전반적으로 성장해 2020년 3분기 이미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이후에도 성장세가 지속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KIEP는 터키의 차기 대통령 선거가 2023년으로 예정돼 있어 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현재 추세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또 지난달 발표된 예금자보호정책에 따라 터키 유권자의 예금 외환차손이 보호되므로 저금리 기조가 선거에서 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위험이 줄었으며, 터키 경기와 재정건전성은 신흥국 중 가장 양호한 편이라고도 부연했다.
 
KIEP 관계자는 "기대물가상승률이 높게 유지되는 한 국제금융시장은 터키화 자산을 기피할 것이므로 평가절하와 고물가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라며 "현재의 추세는 외환보유액 고갈, 재정건전성 악화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 장기적으로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관측했다.
 
KIEP가 3일 발간한 '세계경제 포커스-최근 터키 환율 불안 원인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터키 정부가 물가 상승 추세에 역행하는 저금리 정책을 전개하면서, 리라화 가치는 지난해 9월 평균 1달러당 8.56리라에서 12월 17일 종가 16.41리라로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달 6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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