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수출이 역대최고를 달성했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수출액은 6445억4000만달러로 전년보다 25.8% 증가했다. 수입까지 더한 전체 무역규모는 1조2596억달러로 역시 사상 최고였다. 수출액 규모가 세계 9위에서 8위로 올라섰다.
실로 대단한 실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인구나 면적이 작을 뿐만 아니라 변변한 자원조차 없는 나라에서 눈부신 성과를 낸 것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보다 냉정히 들여다보면 그저 희희낙락할 때는 아니다. 안팎의 경제흐름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우선 무역수지가 걱정된다. 지난해 1년 동안 무역수지는 295억달러의 흑자를 실현했다. 그렇지만 지난해 12월의 무역수지는 5억9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까지 19개월 연속 이어진 흑자 행진이 멈춘 것이다.
무역적자의 가장 큰 요인으로 석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꼽힌다. 그리고 그 요인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조만간 해소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오히려 인도네시아가 1월 석탄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하는 등 더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국제 원자재가격이 앞으로도 더 요동칠 가능성이 엿보인다.
물가도 걱정이다. 1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2020년 대비 2.5% 올랐다. 2011년 4%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상승폭도 연말에 가까와질수록 커졌다. 연초에는 0~1%대 상승률을 보였지만 4분기에는 3%대로 올라섰다.
국제수지와 물가는 경제안정을 좌우하는 핵심지표들이고, 이들 핵심지표가 나란히 나빠졌다.
과거 1970년대의 경우처럼 말이다. 지금의 경우 그 시절과 비교하기에는 너무 약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쉽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국제수지 적자폭이 작게나마 계속되고 물가상승 행진이 계속된다면 어떤 식으로 번져갈지 알 수 없다.
국제 원자재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국내 수요가 높게 유지된다면 국제수지 적자 규모가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작은 적자라도 누적되면 더 큰 악재를 초래한다.
이를테면 환율불안이나 주식시장 동요로 이어지고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약화시킬 수가 있다. 한국에는 이미 남북한 대립과 재벌들의 불투명한 경영 등 신인도를 낮추는 디스카운트 요인이 즐비하다. 지금까지는 국제수지 흑자로 이런 디스카운트 요인을 어느정도 상쇄했다. 그런데 만약 무역수지가 적자행진을 이어간다면 디스카운트 요인이 전면에 부각될 우려가 있다.
물가도 쉽사리 안정될 것 같지 않다. 물가는 하반기 들어 상승세를 이어왔고, 이를 뒤집을 만한 요인이 당장은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는 내년물가가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상고하고'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서민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근래 보기 드문 결심을 내렸다.
더욱이 국내에서는 초저금리로 인해 풀려난 시중자금이 넉넉하다. 그러니 국내외에 뿌려진 물가상승의 씨앗이 발아하고 번져나가는데 안성맞춤이다.
코로나19 사태도 아직 변수로 남아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초저금리는 더 길어질 것이고 물가상승세도 더 오래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수지도 마찬가지로 불안해진다. 당장 이달에도 무역수지 적자를 내지 않을까 걱정된다.
코로나 사태가 조속히 수습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올바른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요컨대 새해 벽두부터 한국경제에 나지막하지만 분명한 경고음이 울렸다. 지금은 물가와 국제수지 불안이 커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안정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2년 간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한국경제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지만 혹시라도 성취감에 혹시 취해 있다면, 얼른 눈 비비고 일어나야 한다. 한국경제가 이제 진정한 시험무대로 들어섰는지도 모른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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