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가시지 않는 집값 상승의 그림자

입력 : 2022-01-05 오전 6:00:00
‘하향 안정세’.
 
정부는 최근의 부동산 시장을 이렇게 진단했다. 주택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집값을 결정하는 모든 변수가 하방이라 추세적인 하락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라고 봤고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대통령도 “최근 주택가격 하락세를 확고한 하향 안정세로 이어가면서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공급에 속도를 내겠다”라고 신년사에서 언급했다. 집값이 점차 떨어지는 추세에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게 정부 인식이다.
 
통계상으로는 맞는 판단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부산의 중구, 동구, 영도구, 강서구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2월4주차에 하락전환했고 대전과 울산에서도 하락세로 돌아선 지역이 나왔다.
 
약세는 지방만의 일이 아니다. 수도권에서도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경기도에선 안양시 동안구와 성남시 수정구가 하락하기 시작했고 영통구도 2주 연속으로 값이 내리고 있다. 
 
서울에서도 강북구와 도봉구, 은평구가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너무 견고해 집값이 계속 오를 것만 같았지만, 상승세에 점차 금이 가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하락 조짐을 두고 하락국면에 돌입했다고 보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공급 대책을 무수히 쏟아냈지만 실제 이뤄진 공급은 드물다는 것이다. 3기 신도시는 이제 겨우 사전청약을 진행하고 있고 공공재개발도 후보지를 지정하는 데에 머물러 있다. 실제 공급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분양시점이나 입주 때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남았다.
 
공급이 늘지 않는데도 가격이 떨어진 배경에는 수요 감소가 깔려있다. 전문가들은 수요 위축의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분석한다.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 대통령 선거다. 자금 마련의 압박이 커진 가운데 대선으로 부동산 정책의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추이를 지켜보는 이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매수세는 언제든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 예고되는 ‘전세불장’도 매매가격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는 요소다. 전세가격이 오르면 매매가격 역시 덩달아 오르기 마련이다. 전셋값보다 집을 싸게 팔고 싶은 집주인은 없다.
 
통계가 보여주는 숫자만이 아니라 그 너머를 들여다보면, 지금의 집값 하락세를 두고 부동산 안정화로 향하는 희망적인 신호라고 해석하기는 섣부르다. 공급 없는 수요 위축을 집값 안정화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5년간 부동산 정책에 힘을 쏟은 정부에 ‘그간 고생 많았다’며 어깨를 두드려줄 순 있다. 그러나 아직은 성과라고 부르기 어려운 현상을 공치사할 수는 없다. 정부의 자화자찬도 용납할 시점이 못된다. 지금은 실체가 불분명한 희망을 시장에 던질 게 아니라, 소망이 현실이 되도록 물량 조기 공급에 매진할 때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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