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폐배터리 활용이 지속가능 경영의 핵심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폐차된 전기차에서 배터리를 꺼내 재활용하면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주요 광물을 다시 새 배터리로 만드는데 고스란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폐배터리 그대로 잔존 수명과 상태에 따라 2차사용도 가능하며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한 ESS 사업 등도 각광받고 있다.
13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1조6500억원 규모였던 세계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 규모는 2030년 20조2000억원, 2050년 60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2040년에는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금속을 활용해 배터리를 만드는 비중이 광산에서 금속을 캐내는 비중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업계도 폐배터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이미 2020년 파일럿 플랜트(새로운 공법이나 신제품을 도입하기 전에 시험적으로 건설하는 소규모 설비)를 설치했으며 지난해 말 대전 환경과학기술원에 데모 플랜트를 완공했다. 이를 토대로 생산성을 검증하고 2024년 말에는 상업 공장을 지어 가동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2025년에는 3000억원을 창출하는 사업으로 키워낼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에서 순도 높은 리튬을 뽑아낼 수 있는 '수산화리튬 추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SK이노베이션이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했으며 이를 통해 수율을 높이고 후공정까지 수월해져 낮은 비용으로 금속을 추출할 수 있다. 광산이나 염호에서 리튬을 채굴해 가공하는 것 보다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SK온 연구원이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정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SK온
삼성SDI(006400)는 폐배터리의 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2020년 천안 및 울산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스크랩(파쇄 폐기물)의 순환 체계를 구축했다. 공장에서 발생하는 스크랩은 국내 리사이클링 전문 업체를 거쳐 공정을 통해 황산 코발트로 재생산된다. 이를 소재업체가 전달받아 삼성SDI의 원부자재로 재투입되고 있다. 삼성SDI는 향후 헝가리, 말레이시아 등의 해외 거점에서도 이같은 배터리 선순환 체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북미 최대 배터리 리사이클 업체인 '라이-사이클'에 총 600억원을 투자해 지분 2.6%를 확보했다. 라이-사이클은 배터리 핵심 원재료를 추출하는 전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는 100% 재활용이 가능해 부가가치가 높고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은 미래 산업 중에서 가장 큰 잠재력이 있다"며 "하지만 법과 제도가 아직 미흡한 상황이라 보완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부터 수명을 다한 폐배터리들이 쏟아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폐배터리는 2025년 8321개, 2029년 7만8981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