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국내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인터넷망 무임승차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존 가이드라인으로는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와 넷플릭스 간 자율거래가 힘든 점을 감안해 관련 법제정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적정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국내 콘텐츠제공자(CP)들의 불평등한 상황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승자독식으로 변해가는 정보통신기술(ICT) 환경에서 최소한의 공정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다.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망 이용의 공정화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넷플릭스의 서비스 확대로 국내 ISP들의 인터넷망 유지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법령 개정을 통해 대형 글로벌 CP의 국내 시장 기만행위를 종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넷플릭스와 망 이용대가 소송을 이어가는 SK브로드밴드의 경우 넷플릭스 국제망 트래픽 용량이 2018년 5월 50Gbps에서 지난해 9월 1200Gbps로 약 24배 폭증했다. 넷플릭스는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를 설치해 트래픽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망 이용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윤 실장은 "OCA를 설치해도 국제구간 트래픽 일부만 감소할뿐 국내 구간 트래픽 양은 변함이 없다"면서 "이 비용은 오로지 ISP가 부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망 이용의 공정화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 토론회. 사진/뉴스토마토
이같은 글로벌 CP과 국내 ISP간 불공정 거래를 멈추기 위해서는 망사용료에 대한 법제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방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보통신위원장은 "망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권고사항에 불과해 국내 CP에만 강제되는 상황이고, 넷플릭스법 또한 기존 글로벌 CP의 망 이용료 계약을 유도하기엔 연관성이 부족하다"면서 "기존 제도로는 해결이 불가, 법안 제정의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단 대량의 트래픽 유발 사업자에 대해서는 망 이용료를 예외 없이 적용하되 트래픽 이용량 대비 단가의 등가성을 유지해 소규모 CP의 이용단가가 높아지는 역진성을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ISP의 수익만이 아닌 소비자 이익 및 신규 CP 사업자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제도로 정착되도록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글로벌 기업의 협상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CP-ISP간 분쟁은 결국 이용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양측 모두 이용자 보호와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시장의 변화에 따라 법안의 필요성에 동감, 향후 입법활동이 진행될 때 지원할 수 있도록 실무적 준비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김준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정부차원에서도 적극적 액션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용자 피해와 산업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 찾기 위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배춘환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총괄과장도 "콘텐츠 소비패턴 변화나 망구조 거래 방식 변화 등으로 시장 기능이 원활히 작동되지 않을 때 이를 보전하기 위한 제도개선은 불가피하다"면서 "국회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