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법원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인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 대한 증거기록을 공개하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검찰은 최근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돼 수사에 방해가 된다며 피고인 측에게 녹취록 열람·등사를 허용한 결정을 거둬 달라는 취지로 요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에 녹취록 등사를 재차 허용하라고 명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양철한)는 2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남욱 변호사·정민용 변호사·정영학 회계사의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오전 검찰은 “최근 증거기록 등사가 이뤄진 후 일부 녹취록이 통째로 유출돼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녹취록 등사 허용 여부에 관한) 재판부의 명시적 판단을 구한다”고 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공식적으로 등사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준비기일 때부터 재판장의 입장은 검사가 신청한 모든 녹취파일이 피고인 변호인들에게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지난 기일에서도 두 번이나 언급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를 통해 일부 공개된 녹취록에는 곽상도 전 의원을 비롯해 박영수 전 특별검사,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50억 클럽’ 멤버의 실명과 이들에게 돈이 흘러들 간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구체적으로 언급된다. 또 이들 ‘50억 클럽’ 인사들을 챙겨주기 위해 김씨가 ‘420억 수익’ 배분 계획을 짰다는 내용도 나왔다. 김씨가 성남시 오리역 인근에서 부동산 개발사업을 계획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특히 김씨가 곽 전 의원의 아들 곽병채씨의 이름을 거론하며 "병채 아버지는 돈 달라고 그래. 병채 통해서"라며 "'아버지한테 주기로 했던 돈 어떻게 하실 건지' 그래서 '야, 한꺼번에 주면 어떻게 해? 그러면 양 전무보다 많으니까 한 서너 차례 잘라서 너를 통해서 줘야지"라고 말한 내용이 나온다.
이와 함께 조원태 한진그룹회장이 지인을 통해 김씨로부터 30억원을 빌렸다가 갚았다는 내용도 언급됐다.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녹취록에서 "조원태가 홍(선근)회장 통해 돈 빌려달라고 헌 거야. 처음에는 주식을 사달라고. 그래서 해주려고 그랬어"라고 말했다. 아울러 "…차라리 한진 주식을 사서 밑질 것 같으면 다른 거 샀다가 팔았다가, 뺐다가 팔았다를 해서…정보를 아니까 밑지진 않는다"라고 했다.
조 회장은 이에 대해 자신은 대장동 개발 사업과는 무관하다며, 지난해 7월 세금 문제로 홍 회장 쪽에 자금 조달을 부탁한 것이고 자금 조달 과정은 알지 못한다고 언론에 설명했다.
검찰은 대장동 5인방을 기소한 뒤 녹취록을 토대로 ‘50억 클럽’ 로비 의혹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녹취록 외 추가적인 증거 수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대장동 5인방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는 녹취록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다소 신중한 모습이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정영학 회계사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