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시민단체가 서울 도로 한복판에 코로나19 백신 사망자들의 합동 분향소를 기습 설치하면서 관할 자치구와 마찰을 빚고 있다. 중구청은 도로법 위반을 지적하며 철거를 종용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는 불법이라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24일 서울 중구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앞에는 코로나19 진상규명시민연대 등 시민단체가 26일부터 운영할 합동 분향소의 천막을 설치했다. 이날 오전 중구청 관계자들은 도로법 위반 고지와 철거 여부 등을 협의하기 위해 시민단체 측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대화가 불발됐다.
시민단체 측은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설치를 강행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시청 앞 광장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겠다고 시에 신청을 했으나 반려됐고, 지난 15일에는 청계광장에서도 설치 불허 통보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광장에 분향소 등을 설치하려면 시의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김두천 코로나19 진상규명시민연대 상임회장은 "남대문 경찰서에 한 달 동안 설치하겠다고 신고를 했으나, 시에서는 불허 사유로 '전례가 없다'며 반려했다"고 말했다.
정창옥 국민추모위원회 위원장은 "인과관계가 없다며 (사망자들에 대한) 후속 보완조치를 전혀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시민단체가 (유가족들) 대신 진행하려고 나섰다"고 밝혔다.
청계광장에서는 지난 12일부터 유가족들로 이뤄진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가 분향소를 설치하고 추모제를 진행하고 있다. 이 또한 허가된 분향소는 아니다.
자치구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와 유가족들이 분향소 설치를 강행한 목적은 정부가 백신 이상 반응의 범위를 넓히고, 관련 사망자들을 피해자 또는 희생자로 인정하는 특별법 제정을 청원하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현재 백신 부작용으로 인과성이 인정되는 경우는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아나필락시스), 심근염·심낭염, 혈소판감소성 혈전증, 길랭-바레증후군 등이다.
그러나 유가족 측은 정부의 접종 부작용 인정 범위가 좁고, 그 외적인 사유로 사망한 이들을 '희생자'로 분류하지 않아 분향소 설치 근거가 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유가족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대표적인 사항은 지자체에 백신 이상 반응 전담 콜센터 설치와 부작용 치료 전담병원 선정, 의사가 백신 이상 반응을 직접 판단해 신고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3월 20대 아들이 백신접종 후 사지마비 등의 부작용을 현재까지 겪고 있다는 김두경 코백회 회장은 "만약에 분향소를 철거한다면 그전에 우리 손으로 태워버릴 것"이라며 "정부는 안일하게 인과성 없음으로만 대처하고 있어 이렇게 분향소를 설치하고 피해보상 특별법 제정에 관한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자치구는 되도록 강제 철거보다는 자진 철거를 하도록 대화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들은 분향소 설치에 이어 도로 집회까지 계획하고 있어 갈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도로법 위반 시설"이라며 "자진 철거를 유도해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절차대로 (강제 철거)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24일 코로나19 사망자들 분향소가 설치되고 있는 서울 중구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앞 천막에서 중구청 관계자들이 자진철거 등을 협의하기 위해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