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지난해 카드사 직원수가 80여명 증가했지만 늘어난 일자리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이었다. 카드사들이 카드 수수료 인하와 대출 규제 등으로 사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유연성이 높고 임금은 낮은 비정규직 채용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직원수(비정규직 포함)는 1만1212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85명 증가했다. 직원수 증가는 비정규직이 견인했다. 전년 대비 58명 늘었다. 정규직은 27명 더 충원되는 데 그쳤다.
비정규직 증가 규모가 가장 큰 업체는
삼성카드(029780)였다. 전년 대비 37명 늘었다. 반면 정규직은 42명 감소했다. 전체 직원수는 전년 동기 대비 5명 감소한 2065명으로 집계됐다.
현대카드는 전체 직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26.5%로 업체 가운데 압도적으로 컸다. 비정규직 직원수는 전년 대비 32명, 정규직은 43명 증가했다. 총 직원수는 전년보다 75명 늘어난 1955명으로 확인됐다.
하나카드도 정규직은 14명 감소했지만 비정규직은 8명 증가했다. 전체 직원수는 전년 대비 6명 줄어든 750명으로 집계됐다. 신한카드는 전체 직원수가 2615명으로 14명 증가한 가운데 비정규직과 정규직 모두 7명씩 늘었다.
나머지 중소형사들은 정규직 직원을 확대하는 대신 비정규직을 줄이는 경향을 보였다. 롯데카드 직원수는 전년 대비 13명 증가한 1401명으로 나타났다. 정규직은 20명 늘어난 반면 비정규직은 7명 감소했다. 우리카드도 같은 기간 13명 감소한 952명의 직원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규직은 24명 증가하고 비정규직은 11명 줄었다.
카드사 전반에서 비정규직이 늘어난 건 코로나19 국면 속 정부 규제로 영업 환경이 악화된 탓이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임금이 낮고 해고가 쉬운 비정규직 직원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선 카드 수수료 인하에 이어 대출 총량규제 및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산정에 카드론이 포함되면서 올해 실적이 전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가 인하되고 카드론이 DSR 규제에 들어가면서 올해 업황이 안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카드사들이 사업 환경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늘리고 있다고 판단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업이 앞으로 불안하거나 지속성이 떨어질 때 비정규직을 많이 쓴다"며 "또 일시적으로 노동 수요가 늘었기 때문에 정규직을 안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카드사들은 인건비 감축의 일환으로 장기 근속자를 대상으로 연이어 희망퇴직도 단행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신한·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 등 5개 전업 카드사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실적 둔화가 가시화 할수록 당분간 비정규직 일자리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질 악화 문제를 해소하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인 나라가 없다"며 "비정규직 양산을 해소하려면 정규직의 기득권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