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한국 경제가 연초부터 쏟아지는 대외 리스크로 가시밭길을 걸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국제유가 급등, 글로벌 공급망 장기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긴축 움직임에 이어 미·중국 성장률 전망치 하향, 러시아·우크라이나발 사태까지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글로벌 악재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정부가 제시한 3%대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오히려 대외 충격파로 인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한꺼번에 덮치는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국제교역·수출 차질과 공급망 교란 등 경제 전반에 대한 둔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결과를 보면, 전 산업 업황 실적 BSI는 86으로 전달보다 1포인트 추락했다. 이는 지난해 11월(8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보복소비 수요가 줄어든데다, 업황 악화로 제조업이 부진을 겪기 때문이다.
새해 들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3%로 하향 조정한 상태다. 이는 지난해 10월 3.3%로 예측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0.3%포인트 낮춘 수준이다.
우리 정부가 제시한 올해 목표치인 3.1%를 밑도는 수치다. 또 △한국은행 3.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 △피치(Fitch) 3.0%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2.7% △무디스(Moody’s) 3.2% 등 다른 주요 기관들의 예측도 IMF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향 전망치는 오미크론 바이러스 확산과 미·중국 등 주요 교역국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등이 수정 전망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앞서 IMF는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2%에서 4.0%로, 중국 전망치를 5.6%에서 4.8%로 각각 낮춘 바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주요국의 성장 전망이 대폭 하향 조정된 가운데 우리 경제는 조정 폭이 크지 않다"면서도 세계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여전하고 변동성에 노출돼 있다는 점을 우려로 지목했다.
올해 3%대 성장을 전망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도 "수출은 견조하지만 중국의 성장둔화 영향으로 호조세는 다소 약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국제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충격을 야기할 수 있다"며 "특히 지난해 경제성장률 4% 달성의 기저에 민간소비 증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 위축이 올해 미칠 경제적 영향은 더욱 치명적"이라고 내다봤다.
김태기 교수는 "수출이 우리 경제 살림살이의 주요 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가 수급난을 겪고 있어 올해 수출 전략 수립에 난항이 예상된다"며 "미국, 유럽, 중국에 있어 수출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전망했다.
3월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국내 기준 금리 인상 시계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미국 연준의 발표에 영향을 받은 코스피는 2700선이 붕괴된 상황이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이번 연준 정례회의 정책 결정 내용이 시장 예상과 대체로 부합했으나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 다소 매파적(긴축 선호)인 것으로 평가된다"며 "국내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고 필요시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도 "미국 연준의 정례회의 결과가 다소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이긴 하나 향후 국내 금융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도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세불안도 고민거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최악을 맞을 경우 우리나라는 현지 진출기업 대금거래 제한과 석유·천연가스 등 국제에너지가격 상승에 따른 경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은 제18차 산업안보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한 자리에서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겠다"면서 '실물경제안보 대책본부'의 구성도 시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최근 3개월 연속 3%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상황에, 미국의 긴축 행보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면 소비자 물가는 더욱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정부의 주장과 달리 외부 요인에 매우 약하다. 우선 인플레이션 장기화부터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상승이 기업 및 가계 부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국제 재정 긴축 시계가 빨라지는 등 대내외적 충격으로 우리 경제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될 경우 경기 침체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 경제가 연초부터 쏟아지는 대내외 리스크로 올 한해 가시밭길을 걸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이달 11일 오전 부산 남구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