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계 방식 변경한 빌보드, K팝 차트 진입 어려워지나

입력 : 2022-01-27 오후 4:24:52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미국 빌보드가 새해부터 차트 집계 방식을 변경하면서 K팝 기획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빌보드는 11일(현지시각)부터 음원 중복 구매(다운로드)를 집계에서 제외하기로 규정을 바꿨다. 기존 1인(1계정)당 주 4번까지 집계되던 방식을 1계정당 1건만 인정하기로 했다. 
 
여기에 앨범은 3.49달러(약 4168원), 8곡 이하가 담긴 미니음반(EP)은 0.39달러(약 466원) 미만일 때는 집계에서 제외한다. '덤핑' 수준의 가격으로 음원을 낮게 책정해 판매를 늘리는 시장 왜곡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새 규정은 핫100과 빌보드200을 포함한 전체 빌보드 차트 시스템에 11일부터 적용됐다. 이번 조처에 대해 특별한 배경 설명을 하지 않으나, 팬덤의 대량 구매, 과도한 리믹스 버전을 제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팬덤 화력이 센 K팝 아티스트들에게는 부담이 될 전망이다. K팝은 미국 현지 음악과 달리, 주로 빌보드 차트 공략에서 스트리밍보다는 다운로드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실제로 지난해 방탄소년단(BTS) '버터'가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 10주간 정상에 오른 것은 K팝 팬덤 문화가 미 팝 시장에 이식된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계정, 다플랫폼을 활용한 팬덤의 파상공세가 세부 지표 중, 실물 및 음원 다운로드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빌보드가 이 기간 매주 발표한 지표에 따르면 '버터' 다운로드 건수는 다른 경쟁 곡들에 10배 규모에 달했다.
 
최근 빌보드와 MRC 데이터가 공개한 2021년 미국 음악시장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버터'는 지난해 약 188만9000건 다운로드돼 작년 한 해 가장 많이 팔린 노래로 기록됐다.
 
다운로드 건수가 100만건이 넘은 노래는 '버터'뿐이다. 2위에 오른 워커 헤이즈의 '팬시 라이크(Fancy Like·49만9000건)'의 3.8배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복 다운로드가 집계에서 제외되면 K팝의 경우 상대적인 강점이 줄어들고, 현지 가수들에 비해 스트리밍이나 라디오 방송 횟수 등에서 밀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대형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빌보드 차트 결과에 다운로드 반영 비중이 컸던 K팝에 분명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K팝 가요 기획사들 역시 정책 변경 이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빌보드 차트 음원 다운로드 중복 구매 집계 제외. 사진/빌보드 규정 변경 홈페이지 캡처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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