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의 광주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후분양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분양제도가 전면적으로 개편될 경우 건설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이 나타날 전망이다.
초기 공사에 소요되는 비용을 건설사가 부담해야 하고 미분양 발생 시 재무 리스크도 더 커질 수 있어, 주택 사업이 위축될 우려가 상당하다.
3일 건설업계는 후분양 방식의 주택 공급이 경영 부담을 높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후분양은 선분양보다 위험이 높다”라며 “추가적인 비용 발생이나 미분양 위험 등 어떤 방식으로든 주택 사업을 진행하는 데에 부담이 커진다”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의 다른 관계자도 “정부가 후분양 방식을 확산시키려고 노력했지만, 특별한 이점이나 강제성이 없는 이상 건설사가 후분양을 스스로 택하지는 않는다”라며 “건설사로선 사업 불확실성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후분양보다는 선분양을 더 선호한다”라고 언급했다.
후분양제는 보통 건설사가 주택을 60% 이상 짓고 난 후 분양하는 방식이다. 건설사가 공사 초기부터 분양대금을 받는 선분양제와는 달리, 후분양제에서는 건설사가 초기 공사비를 모두 자체 조달해야 한다.
완공 때까지 건설사는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건설사는 공사비 마련을 위해 대출을 활용하게 되고 금융비용이 발생한다. 건설사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증가하는 금융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건설사의 사업분야 중 토목과 플랜트는 주택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낮은 편이다. 사실상 주택사업이 건설사의 수익을 견인한다. 건설사로선 주택에서 수익성을 방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건설업계의 주택 사업이 위축될 우려도 짙어진다. 미분양 발생시 선분양보다 후분양에서 건설사의 재무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선분양 공급 방식으로는 분양 초기 미분양이 나오더라도, 공사를 진행하면서 완공 전까지 입주자를 모집하면 된다. 그러나 후분양제에서는 공사비는 쏟아 부었으나 이를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발생한다.
미분양은 건설사의 존립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심각한 리스크다. 실제 두산건설이 상장폐지되고 두산그룹을 떠난 원인으로는 경기 고양시에 분양한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미분양 사태가 꼽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2009년 분양에서 미분양 물량이 무더기로 나왔다. 이에 두산건설은 2011년부터 지난 2020년까지 해마다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자본력이 있는 대형 건설사는 그나마 형편이 낫다.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신용도가 높은 만큼 자금조달이 원활하다는 설명이다. 후분양 공급시 분양 실패의 부담이 덜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중견·중소 건설사는 주택 사업에서 어려움이 커질 전망이다. 자금 조달 능력이나 재무구조가 대형사에 비해 취약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중견·중소 건설사는 대형사보다 주택사업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후분양제의 타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중견·중소업체는 특히 지방에서 분양하는 물량이 많다. 수도권은 대형 건설사들이 잡고 있어, 중견사들이 끼어들기 어렵다. 지방은 수도권보다 수요층이 두껍지 못하다. 부동산 경기가 꺼지면 미분양 위험이 더 높다는 의미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경기가 점점 가라앉고 있다는 경고가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라며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고 현금 창출력도 취약한 중견·중소 건설사로선 후분양으로 사업을 이어가기 어렵다”라고 호소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