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영 일선에서 체감하는 기대인플레이션은 10%대 수준으로 실제 물가 수준과 괴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 등 원자잿값 상승 영향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28일 발간한 '조사통계월보-기업의 가격설정행태 및 기대인플레이션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1월부터 작년 1월까지 3개월 간 국내 1572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기업들의 향후 1년간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치는 평균 10.6%로 나타났다.
이는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수준인 2%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이 중 제조업은 11.1%, 비제조업은 10.1%로 제조업이 평균적으로 더 높게 나타났다. 한은은 2008년부터 4년 주기로 기업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해왔다.
같은 기간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1.8%로 나타난 것을 고려하면 5.9배나 더 높다. 또 2016년 조사 결과에서 기업들의 향후 1년간 인플레이션 예상치가 2.4%로 나타난 것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봐도 국내 기업들이 지난 1년간 인플레이션을 실제 수치보다 과대하게 인식(평균 9.7%)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 같은 기업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높게 나타난 배경으로 △코로나19 발생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기업들의 체감물가 상승 △기업 경영에서의 낮은 거시지표 활용도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한 낮은 인식 수준 등을 들었다.
또 2016년에 비해 가격경직성이 완화되고 기업 간 가격경직성의 이질성이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과거보다 더 자주 조정한다는 의미다. 통화정책 파급효과 및 지속성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가격경직성 완화에 따라 통화정책의 파급효과가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며 "기업 간 가격경직성의 이질성 확대로 물가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축소되고, 실물(생산 갭)에 대한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덜 감소하는 상황이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질성의 확대는 가격경직성이 높은 산업 분야나 기업 유형에서 통화 정책의 파급효과가 강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아울러 기업의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한 인식 수준을 제고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기업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이 28일 발간한 '조사통계월보-기업의 가격설정행태 및 기대인플레이션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1월부터 작년 1월까지 3개월 간 국내 1572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기업들의 향후 1년간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치는 평균 10.6%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달 2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치즈를 고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