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예측 실패…세수 오차 61.4조 '역대 최대'

작년 국세수입 344.1조…본예산 대비 61.4조 더 걷혀
기재부 "강한 경제 회복세로 경제 지표 전망 오차" 해명
부동산 과열에 따른 거래 급증으로 양도세수 대폭 증가
정부, 이례적으로 세수 추계 모형 재설계 방침 내놔

입력 : 2022-02-11 오전 11:57:36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지난해 국세수입이 당초 정부가 편성한 본예산 전망치보다도 60조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예측 실패로 관련 세금이 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오차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세수 추계 오류 논란에 정부는 이례적으로 세수 추계 모형을 재설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1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1 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작년 총세입은 524조2000억원, 총세출은 496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세입에서 총세출을 뺀 결산상잉여금은 27조3000억원이다. 다음연도 이월액(4조원)을 뺀 세계잉여금은 23조3000억원이다. 일반회계 잉여금은 18조원, 특별회계 잉여금은 5조3000억원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세입·세출부 마감을 통해 전년도 세입·세출을 확정한다. 마감 실적을 기초로 국가결산보고서를 작성해 감사원 결산검사 후 오는 5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지난해 국세수입 실적은 344조1000억원이다. 이는 2차 추가경정예산 당시 전망치인 314조3000억원보다 29조8000억원이나 많은 수치다. 또 당초 정부가 편성한 작년 본예산 282조7000억 대비로는 무려 61조4000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세목별로 살펴보면 부동산 거래 급증 여파로 양도소득세(36조7072억원)가 2차 추경 대비 11조2424억원 더 걷히면서 가장 상승폭(44.1%)이 컸다.
 
또 종합부동산세(6조1302억원)도 6조원 넘게 걷히며 2차 추경 당시 추정치 대비 1조원 이상 증가했다. 아울러 증여세까지 포함할 경우 부동산 관련 세수는 증가폭만 14조원에 이른다.
 
주식시장 호조세로 증권거래세(10조2556억원)도 1조9736억원 더 들어왔다. 글로벌 경기 및 반도체 업황 개선 등이 반영되면서 법인세는 4조8498억원 추가로 걷혔다. 또 부가가치세는 1조8572억원 늘었다.
 
이 같은 추계 오차 발생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비롯한 경제 흐름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다. 특히 부동산 과열 양상에 따른 거래 급증으로 양도세수가 대폭 증가한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와 관련 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 위기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빠르고 강한 경제 회복세, 부동산 시장 요인 등으로 세수 추계에 활용한 경제 지표 전망치의 오차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작년의 경우 경제 지표 급변, 세수 급증으로 인해 회귀 모형을 기반으로 하는 세수 추계 모형의 설명력이 저하되는 특수한 시기였다"라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 예전과 같은 방식을 사용했지만 코로나로 전반적인 시장 예측이 어려웠고 이로 인한 추계 작업이 쉽지 않았다는 논리다.
 
이에 정부는 이례적으로 세수 추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추계 모형을 재설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경제 지표의 정확성 개선을 위해 단일 기관의 전망치가 아닌 복수 연구 기관의 전망치를 고려하고, 자문 연구 기관도 민간 부문까지 넓힌다는 계획이다.
 
연구용역, 타 기관 모형과의 상호 검증(Cross Check) 등을 통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지표의 적합성, 지표 추가 발굴 등 추계 모형도 재설계한다. 특히 변동성이 높은 부동산이나 금융 시장의 경우 전문가 자문을 강화한다.
 
또 △기재부 세제실 △기재부 △기재부 징수기관 △외부전문가 등 세수 추계 단계별로 관련 부서·부처 및 외부 전문가와의 협의를 대폭 확대하는 등 추계 투명성·합의성도 강화한다.
 
이 밖에 정부는 조기경보 시스템, 주기적 세수 추계 등 이상징후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세수 추계 정확성과 조세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패스 오어 페일(Pass or Fail)' 성과 평가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예측 실패가 세수 추계 오차의 근본적 원인"이라며 "이 같은 논란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주택 시장에 대한 예측력을 현재보다 대폭 높여야 한다. 또 정부가 세수 전망에 대한 시나리오 공개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1 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작년 총세입은 524조2000억원, 총세출은 496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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