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라임 사태’ 배후로 지목된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의 측근 정모씨가 금명간 재판에 넘겨진다.
1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정씨의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16일 안에 그를 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정씨는 필리핀에 있는 한 원격 도박장을 운영하며 700억원대 수익을 챙긴 혐의(도박공간개설·외환거래법 위반 등)를 받는다. 그는 2019년 2월부터 2020년 12월경까지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메트로폴리탄 대표 채모씨에게 수익금을 배당하고, 2019년 1월부터 체포 직전까지 김 회장에게 도피자금을 대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해외 도피 중인 정씨를 기소중지 처분했다. 이후 정씨는 기소중지 및 인터폴 적색수배 요청 두 달 만인 지난 8일 필리핀 현지에서 체포돼 외국인 수용소에 수감됐다가 지난달 22일 국내로 송환됐다.
이에 앞서 강남경찰서는 지난해 6월 정씨를 비롯해 자금 전달책인 석모씨, 조폭 김모씨, 룸살롱 운영자 고모씨 등 8명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김 회장을 도피시킨 혐의(범인 도피)다.
지난해 강남경찰서 형사4팀이 이 사건을 맡았으나 반년 넘게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강남 룸살롱 운영자인 고씨를 한차례 불러 조사했을 뿐이었다. 해당 룸살롱은 김 회장이 2019년 해외로 도주하기 전 현직 검사들에게 술접대를 한 곳이다. 비슷한 시기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검사들에게 술접대를 한 곳과는 다른 자리다. 김 회장이 해외 도주 전 검사들에게 술접대를 했던 해당 업소는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은 상태다.
이에 고발인이 수차례 강남경찰서에 수사촉구서, 수사관 기피신청서 등을 제출하고 항의하자 경찰은 정기인사와 더불어 수사팀을 교체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서울 영등포경찰서 등에 도박장 개장,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된 김 회장과 장모씨(온라인카지노 지분 50% 보유), 정씨, 석씨 등 34명 사건은 강원경찰청이 하달 받아 수사 중이다.
라임 핵심 인물인 메트로폴리탄 김영홍 회장을 도박개장죄 등으로 2020년 7월에 고발한 고발인이 2020년 10월 검찰에 증거로 제출한 영상 캡쳐. 사진/뉴시스
하지만 정씨 구속 기소 이후 이 사건의 주범인 김 회장(검찰)과 그 일당(경찰) 수사에 다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은 김봉현 전 회장이 라임 사태의 '몸통'으로 지목한 인물이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지 2년여가 지났지만 김 회장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상태다. 김 회장의 국적은 오래 전 말소돼 외국인 신분이다.
그는 라임 사태를 둘러싼 정관계 인사 등과 깊게 연계된 인물로 이들을 상대로 한 로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9년 해외 도주를 앞두고 현직 검사들에게 룸살롱 술접대를 한 혐의도 있다.
특히 그가 운영했던 부동산 시행사 메트로폴리탄은 라임자산운용 펀드에서 가장 많은 금액이 흘러들어간 회사로, 라임이 투자했던 파티게임즈·바이오빌·폴루스바이오팜 등 800억원 규모 부실 전환사채(CB)를 되사준 곳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라임 펀드로부터 부동산 개발 등 명목으로 3500억원 가량을 자신이 소유한 메트로폴리탄 계열사들에 빼돌린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처럼 김 회장 등이 라임 펀드 피해 투자자들 돈 대부분을 빼돌리며 이는 라임 사태의 단초가 됐다.
2018년 12월 메트로폴리탄이 발행한 300억원 규모 사모사채.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2018년 말 기준 메트로폴리탄 단기대여금 내역.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메트로폴리탄에 이어 라임 펀드 자금이 많이 들어간 곳은 코스닥 상장사 에스모 등이다. 검찰의 라임 사태의 또 다른 주범으로 보고 있는 이인광 회장은 에스모, 에스모머티리얼즈, 디에이테크놀로지, 티탑스 등을 인수하는데 라임 자금 2200억원 가량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라임 사태에 깊이 관여된 정씨를 체포하고, 검찰에서 그를 재판에 넘기면서 김 회장 행방 등에 관한 단서도 점차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곧바로 김 회장에 대한 수사도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김 회장으로서는 도피자금을 대온 정씨가 잡히고 그의 측근들과 이슬라리조트 아바타카지노 에이전트들에 대한 수사 확대로 자금줄이 말라가는 상황이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라임 사태의 사실상 몸통으로 알려진 김 회장뿐 아니라 이 회장 수사에도 다시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해외 도피 중인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 출처/제보자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