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 역사를 자랑하는 명지학원이 파산 위기를 맞았다. 명지학원은 명지대학교와 명지전문대, 초·중·고까지 5개 학교를 운영하는 국내 대표 학교법인이다. 이들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수만 3만명 이상이다.
이처럼 작지 않은 규모의 학교법인이 파산에 몰린 배경엔 엉뚱하게도 부동산 사업이 얽혀 있다. 명지학원은 2004년 경기 용인시 명지대 캠퍼스 안에 실버타운 '명지엘페하임'을 분양하면서 '골프장을 지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골프장 건설을 위한 허가조차 신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버타운은 300가구 이상이 분양을 받았는데, 이들 중 33명이 사기 분양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2013년 법원은 명지학원에 192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도 명지학원은 배상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명지학원이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교육부가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이유를 대며 채무 변제를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익용 기본재산은 사립대 학교법인이 대학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수익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재산을 말한다. 사립대 설립을 위해서는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이 100%를 넘어야 한다.
명지학원은 당초 명지전문대 부지를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채무를 변제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법인이 보유한 수익용 기본재산을 매각하려는 방침도 포함했다.
다만, 교육부는 2019년 대학의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 조건을 완화하면서도 명지학원의 재산 처분 허가는 내줄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명지학원의 현재 수익용 기본재산 충족률이 60% 수준에 불과해 이를 더 줄이면 수익용 기본재산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발등의 불은 끌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결국 문제가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상황이 불리하게 흐르자 명지학원은 교육부에 책임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교육부의 고집으로 회생절차가 중단됐다는 식의 주장이다. 국내 교육 전반을 관리해야 하는 교육부의 역할을 생각하면 책임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다. 하지만 회생절차 중단의 책임을 전부 교육부에 돌리는 건 과한 주장으로 보인다.
명지학원이 파산 위기를 맞게 된 건 교육부가 재산 처분을 허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반복된 도덕적 해이가 원인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사태 외에도 검찰은 공사수주와 감사 무마 명목으로 조성된 명지학원의 비자금 규모가 170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명지건설의 경우 부도 위기를 맞자 교비를 빼 빚을 갚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수많은 재학생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에 학교법인의 파산 선고는 신중해야만 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회생계획 없이 명지학원을 살렸다간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부작용을 수습하기 위해 또 다시 많은 세금을 투입해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교육부 탓 말곤 할 게 없는 절박한 심정이란 점은 이해하지만, 이젠 책임 돌리기보단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좀 더 고심해야 할 때다.
김지영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