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기준금리 조정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금리 인상 시계가 빨라지고 국내 물가 상승 압박도 전방위로 확산해 연속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과 코로나19 확산세 및 대선 여파로 '숨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6일 한은에 따르면 이달 24일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연 1.25%인 기준금리를 유지할지, 높일지에 대해 논의한다.
금통위는 작년 8월 기준금리를 33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린 0.75%로 확정한 후, 10월 한 차례 숨 고르기에 들어간 바 있다. 이어 11월과 올해 1월 연속으로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상향했다.
일단 이달 기준금리 인상 여건은 충분히 마련된 상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 긴축 속도를 한층 높이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를 일정 수준 유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선제적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된다.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점도 금리 인상론에 힘을 싣고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 변동률은 작년 10월 이후 4개월 연속 3%대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은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2%를 웃도는 근원품목(식료품·에너지 제외)의 개수는 150개로 1년 전(67개)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한은이 기준금리 발표와 동시에 소비자물가 전망을 지난달 수정한 2% 중후반 수준에서 이날 3%대까지 상향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점은 우리 나라의 통화 정책 방향 설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선제적으로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금리 인상 만으로는 인플레를 잡는 데 한계가 있고 취약 계층의 고통도 가중될 수 있어 보다 신중한 결정이 이뤄졌음 한다"고 조언했다.
이달이 이주열 총재의 마지막 금통위라는 점에서 금리 인상 '총대 매기' 가능성도 거론됐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금리 인상은 경제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발휘해 결정 자체가 쉽지 않은 사안"이라며 "이주열 총재가 내달 퇴임을 앞두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후임자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겠다는 차원에서 이달 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최대치를 기록할 만큼 확산세가 심상치 않고 내달 대통령 선거도 예고돼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은 시기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말 미국 기준금리의 상단은 1.75%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올해 5월과 7월로 추가 기준금리에 나서 연말까지 1.75%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미국보다 앞서 세 차례나 선제적인 인상을 했고 미국은 정책금리 인상을 하지 않았다. 때문에 아직까지는 미 긴축 속도 가속화 전망으로 인한 국내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 커진다고 볼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은 최근 반년 동안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왔다. 최근 물가 흐름이 심각하긴 하지만 연달아 금리를 높이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분위기"라며 "게다가 내달 대통령 선거도 임박한 상황이다. 한은이 올 상반기에 금리를 추가 인상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미 지난달 금리를 올린 바 있어, 이번에는 한 차례 숨고르기에 들어가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한다"고 말했다.
16일 한은에 따르면 이달 24일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연 1.25%인 기준금리를 유지할지, 높일지에 대해 논의한다. 사진은 지난달 3일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의 대출상담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