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에 돈줄 마르는 주택 시장…가격 하방 압력 커지나

기준금리 인상 예고에 부동산 가격 하방 압력 확대 전망
서울 아파트값 20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 반전
주택 가격 급등 피로도 누적에 반등 호재도 부족
우수 입지 공급량 여전히 부족…대세 하락 속단은 무리

입력 : 2022-02-02 오전 11:23:31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수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가격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권 시중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세를 보이면서 수요층의 돈줄이 마르고, 지표 상으로도 서울 아파트값이 오랜만에 하락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는 이 같은 하락세가 연내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급이 부족한 우수 입지 물량은 시류에 관계없이 꾸준히 수요가 이어지고 있어 대세 하락을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1%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나타낸 것은 지난 2020년 5월 4주 이후 약 20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 아파트값 하락세는 외곽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노원구(-0.03%), 도봉구(-0.02%), 강북구(-0.03%) 등 이른바 '노도강' 지역은 모두 약세를 보였고, 은평구(-0.02%)도 하락세가 지속됐다. 또 강남 3구 중 송파구는 보합세로 전환됐고, 강남구와 서초구도 각각 0.01%를 기록하며 보합권에 근접한 모습을 보였다.
 
매수 심리도 낮아지고 있다. 같은 시점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3으로 지난 2019년 7월 이후 30개월 만에 처음으로 80대로 떨어졌다. 이 지수가 100 미만이면 시장에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최근 주택 시장 둔화는 연이은 기준금리 상승과 이에 따른 대출 규제 강화로 부동산 매수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탓이 크다. 대출 압박이 나날이 커지면서 기존에 매수에 나선 계층의 상환 고통이 더해지는 것은 물론, 주택 구매를 망설이는 계층에게도 불안심리가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오랜 기간 주택 가격 급등세에 따른 피로도 누적과 겨울철 비수기가 복합적으로 얽힌 점도 거래 냉각에 한몫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이렇다 할 반등 호재들도 없어 가격이 전반적으로 조정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올해 3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현재 기준금리가 1.25%인데 향후 2.5% 정도까지 오른다면 주택 시장이 하방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며 "때문에 금리와 큰 관계가 없는, 즉 현금이 많은 계층일수록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입게 된다. 계층 간 매수 양극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국책 연구기관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21년 4분기 부동산시장 동향'에 실린 전문가 설문조사(812명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의 51.3%는 올해 주택 매매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주택 시장의 대세 하락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금리 인상에 따른 하방 압력이 있다 하더라도 워낙 수도권 주요 지역에 입주 물량이 부족해 장기간 하락세가 지속될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기준금리보다 대출 규제 지속이 매수 심리 냉각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적으로 기준금리가 오른다 해도 대출 규제가 대거 풀린다면 매수에 나서는 사람들은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권 교수는 "주택 시장의 양극화도 이 대출 유무에서 비롯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대출이 필요 없는 주택은 강세가 이어지고 있고, 대출이 필요해서 사야 하는 주택은 거래가 안돼 시장이 안정화된 것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이 올해 수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가격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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