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2017년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사망한 사건 책임자로서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료진들 전원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배형원)는 16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소속 조모 교수와 박모 교수 등 의료진 7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주장한 바에 따라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에게 투여한 스모프리피드(지질영양제)로 인해 혈액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고, 다른 가능성과 비교해 봐도 그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스모프리피드) 오염 외 무시할 수 없는 다른 가능성들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같은 주사제를 맞은 다른 신생아에게서 균이 검출되지 않은 점, 전문가들에게 감정을 의뢰한 결과 숨진 신생아들이 다른 경로로 감염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등 의료진의 투약과 신생아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 사건은 같은 신생아실에서 피해자 4명이 동일한 원인으로 거의 동시에 사망한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라면서도 “이는 관련자들을 단죄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을 이유가 될 수 있으나 자칫 법리 등을 오해한 판단이 되지 않도록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아닌 예고된 인재로서 피고인들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가 성립하려면 엄격한 증거판단이 필요하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추론에 근거하고, 피고인들에 유리한 가능성을 배제한 채 불리한 가능성만 채택·조합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 등은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해 2017년 12월16일 신생아 중환자실 환아 4명이 치료 중 차례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질병관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을 바탕으로 한 검·경 발표에 따르면 신생아들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조 교수 등 의료진 7명은 주사제 1인 1병의 원칙을 무시하고 1병을 주사기 7개로 나눠 투약해 영양제를 오염시켰고, 주사제를 상온에 최대 8시간 놓아 균이 증식되도록 방치했다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다.
그러나 2019년 2월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감염관리 부실 등 과실은 인정되나 스모프리피드가 피해자들 사망에 직접 작용했다는 인과관계는 증명되지 않았다”며 의료진 7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