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56일째 파업 중인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과
CJ대한통운(000120)간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택배노조는 본사 농성 점거를 일부 해제하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파업을 확대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2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전국택배노동자대회는 강한 추위에도 택배노조 조합원 20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집회에서 진경호 전국택배노조위원장은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에 대화를 촉구하며 56일째 투쟁하고 있다"며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고통 받는 국민들과 소상공인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이같은 투쟁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대화의 기회를 주기 위해 대승적으로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며 "본사 3층 점거 농성을 이날부로 해제한다"고 설명했다.
택배노조의 이같은 결정은 이날 88개 종교·시민사회단체·정당 등이 모인 CJ택배 공동대책위원회가 성명서를 통해 "사회적 합의의 정신을 되살려 다시금 대화의 장을 열고 현재의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노사정이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면서도 진 위원장은 "농성 해제가 CJ 측에 잘못된 판단의 근거로 작용한다면 점거 농성보다 큰 농성을 할 것"이라며 "파업을 전체 택배사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어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은 연이어 발생했던 택배노동자 과로사의 주범"이며 "저단가 경쟁으로 택배물량을 확보하면서 택배노동자들에 과로를 전가했고 하청과 특수고용이라는 고용관계로 책임을 대리점과 택배노동자에게 미뤄오며 막대한 부를 축적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택배분류작업하고 있음에도 사회적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재벌이면 사회적 합의를 깨고, 거짓말로 속여 넘어가도 되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재벌가는 자시의 탐욕과 부의 대물림만 중요하다"며 "노동자가 거리로 내몰린 이유는 재벌가의 탐욕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이 2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전국택배노동자대회를 열고 CJ대한통운 측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최유라 기자)
노조 측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 인상된 택배요금을 사측이 과도하게 차지하고 있다며 CJ대한통운 본사가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지만 CJ대한통운 측은 노조와 직접 대화할 경우 하도급법을 위반하게 된다는 입장이다.
국내 택배업계는 택배사-대리점-택배기사의 세축으로 돌아가는 구조이다. 택배기사가 택배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다시 택배대리점과 택배사가 계약을 맺는 구조인데, CJ대한통운이 대리점을 건너뛰고 택배노조와 교섭에 나서면 하도급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자 택배노조는 투쟁 수위를 높이며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진 위원장은 이날 결의대회 시작과 함께 물과 소금까지 모두 끊는 아사단식에 돌입했다. 또한 전 택배사로 파업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는 사측이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12월부터 56일째 파업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측과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지난 10일에는 기습적으로 본사 건물을 점거했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진경호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이 21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택배노동자대회에서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과 대화를 CJ대한통운 측에 요구하고 있다. (사진=최유라 기자)
택배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이를 두고 물류산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전국택배노조 상경투쟁과 택배사 파업 확대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택배노조의 총파업으로 현장에 갈등과 혼란이 확산되면서 사회적 합의 이행에 지장을 초래하고 절대 다수 비노조원 택배기사들은 거래처 이탈로 인한 수입감소를 호소하고 있다"며 "택배노조의 행위로 국민들의 불신과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 택배산업은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택배노조의 4차례 파업과 불법적, 폭력적 행위들은 국가 경제에 심대한 위협이 되고 있을뿐만 아니라 국민과 소상공인들에게 크나큰 피해와 불편을 주고 있다"며 "협회는 지금이라도 택배노조가 명분없는 파업과 불법점거를 즉각 중단하고 현장으로 복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