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놓고 한 차례 쉬어갈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최근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데다, 우크라이나 사태·확진자 폭증·부동산 안정세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동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이주열 한은 총재가 주관하는 마지막 회의이자, 미국의 금리 인상 시계도 빨라지고 있어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3일 한은에 따르면 이달 24일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연 1.25%인 기준금리를 유지할지, 높일지에 대해 논의한다.
금통위는 작년 8월 기준금리를 33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리는 등 0.75%로 확정 후 10월 한 차례 '숨 고르기'한 바 있다. 이어 금통위는 11월과 올해 1월 연속으로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상향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금통위의 기준금리를 연 1.25% '동결'로 점치는 분위기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작년 10월 이후 4개월 연속 3%대를 지속할 만큼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두 차례 연속 인상을 추진하면서 이달에는 쉬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반응이다.
실제 역대 기준금리는 세 차례 연속 인상을 단행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특히 통화정책방향문에 추가한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효과를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는 문구도 동결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연일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것도 선제적 금리 인상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높다.
이날 신규 확진자 수는 17만1452명으로 하룻새 7만여명이 폭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조만간 20만명에서 30만명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내달 대선을 앞둔 점도 동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대선 직전 시기에는 통상적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만큼, 자칫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미국·유럽 등 서방국가 간 외교·군사적 갈등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금리 인상의 주 목적 중 하나였던 주택 시장 문제가 안정세로 접어든 점도 한 몫한다. 최근 부동산 매매시장은 서울은 4주, 수도권은 3주, 강남4구는 2주 연속 하락하는 등 전반적인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물가 불안정 흐름이 지속되고 있지만 한은 입장에서 연달아 금리를 높이기엔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며 "게다가 대선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에는 한 차례 숨 고르기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방향문에 정책 파급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문구가 추가된 점에서 볼 때 이달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되고 1~2명의 소수의견이 나올 것 같다"면서도 "최근 높아진 국내외 물가 상승 압력과 빨라진 미국 금리 인상 속도, 이미 높아진 시중 채권금리 등을 고려하면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1.5%로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대선 이후 신임 한은 총재 결정까지 공백이 생길 수 있고 대선 후에는 신정부의 정책방향이 확인되기까지 상대적으로 신중한 통화정책이 요구될 수 있음을 고려하면 현 총재의 임기 내 마지막 회의인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기준금리 조정과 함께 한은이 경제성장 및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다시 수정할 지도 관전 포인트다. 한은은 작년 11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 내년 2.5%,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올해 2%, 내년 1.7%로 각각 관측한 바 있다.
23일 한은에 따르면 이달 24일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연 1.25%인 기준금리를 유지할지, 높일지에 대해 논의한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에 걸린 전세자금대출 관련 현수막.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