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가 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석달 연속 국내 무역수지의 적자가 확실시 되고 있다. 에너지·원자재 수입가격 상승세와 더불어 환율 오름세까지 무역수지의 악화일로가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자재 수입 다변화와 비출유 방출을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4월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와 액화천연가스(LNG)할당관세 인하조치의 연장도 검토한다.
23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두바이유 가격은 하룻새 4.28달러 오른 배럴당 96.0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이후 7년 만의 최고치다.
브렌트유도 1.45달러 오른 96.84달러로 뛰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92.35달러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은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 등 2개 은행에 대한 전면 거래 차단 등 제재조치를 발표한 상태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불어닥칠 수 있는 경제 후폭풍이다. 우리나라의 대 러시아 수입비중은 5.6% 수준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전 세계 원유 중 12%를 생산하고 있는 만큼, 유가 상승의 유탄은 불가피하다.
아울러 러시아의 원자재 수출이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팔라듐 45.6%, 플라티늄 15.1, 원유 8.4%다. 우크라이나는 옥수수 16.4%, 밀 11.8%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유럽은 천연가스 뿐 아니라 화학비료, 정동(정련한 구리), 팔라듐, 바나듐의 3분의 1 이상을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국제금융센터가 이날 공개한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시장 반응 및 전망'을 보면 "최근 미 연준(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긴축 본격화가 임박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다"며 "공급망 차질이 해소되지 않은 시점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중되고 있다는 점은 국제금융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환율도 심상치 않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9원 오른 1193.6원으로 마무리됐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더해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이 임박하면서 환율이 1200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석달 연속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통상 환율 상승은 무역수지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만 에너지원 가격의 급등으로 환율 상승이 오히려 기업의 비용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무역수지 적자(통관 기준 잠정치)는 16억79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무역수지는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가격 급등으로 지난해 12월 20개월만에 5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역대 최대 수준인 48억9000만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1월부터 지난 20일까지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65억6900만달러에 달한다. 무역적자는 이달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4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발생한 이후 최장 기간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유가 상승과 환율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원자재 수입 가격이 함께 올라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달도 무역적자가 날 것이 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원자재 수입 다변화와 비출유 방출을 통해 원자재 확보의 불실성을 최소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내 정유사는 지난 1월 기준 9479만 배럴을 수입하는 등 매달 안정적 수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축물량은 9700만 배럴로 국내 수요 106일분을 감당할 수 있는 물량이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 권고 비축물량인 90일분의 약 118% 수준이다.
비축유 방출의 경우 미국 등 동맹국간 비축유 공동방출결정에 따라 1~3월 기간 317만 배럴을 방출 중이다. 석유의 경우는 미국·북해·중동산을 대체한다. 석탄은 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콜롬비아, 가스는 카타르, 호주, 미국 등을 대체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울산의 석유비축기지를 방문해 "최근 국제 유가상승세가 3월에도 지속될 경우 유류세 및 LNG 할당관세 인하조치의 연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악화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추가상승할 경우 기업의 원가부담 완화를 위해 업계 수요를 반영해 원자재 할당관세 인하폭·대상 확대를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3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은 하루새 4.28달러 오른 배럴당 96.01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1.45달러 오른 96.84달러로 뛰었다. 사진은 러시아군 모습. (사진=AP·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