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공약 분석②)"이재명 “법원 개혁”vs윤석열 “사법서비스 개선”

법조계 “법원행정처, 제왕적 대법원장 만든 주범…폐지해야” 중론
“대법관 증원 검토 필요…'전원합의체 구성 난제' 등은 숙제"
통합가정법원 개편 찬성…“피해자 회복 지원 중심 사법서비스 기대”
“두 후보 모두 '재탕'…‘사법불신’ 근본적·구체적 대책 부재” 비판도

입력 : 2022-02-2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법원개혁 공약 중 핵심인 '법원행정처 폐지'를 두고 법조계는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 대법원장의 무소불위 권력이 유지되는 시스템 구조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시스템 구조의 개혁보다 대국민 사법서비스 개선에 무게를 실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내 놓은 공약 중 ‘통합가정법원’ 창설 공약에 대해서도 아동·가족 폭력범죄의 치료·회복적 기능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27일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이재명·윤석열 두 유력 후보의 법원 개혁 관련 공약사항에 대한 평가를 법조계 여러 인사들에게 질의한 결과,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장의 수족 노릇을 하며 대법원장 권력을 지탱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법행정권이 남용될 수 있는 만큼,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법원 행정을 담당할 외부 기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법원행정처 대신 사법행정기구 도입"
 
법원행정처 폐지의 필요성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한 ‘사법농단’ 사태 이후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이 후보 측도 이 같은 인식에 공감해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민주적 사법행정기구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이번 대선 공약으로 내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행정처의 판사들이 주요 보직을 갖고 있고, 행정처가 사실상 무소불위의 대법원장을 만드는 주범”이라며 “우리 사법 체계를 정상적으로 만들려면 법원행정처 폐지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이나 미주 대륙 등 외국은 대체로 사법행정위원회 체제를 갖추는 식으로 방향성을 잡고 있는데, 위원회에는 법관뿐 아니라 변호사 등 비법관 법조인, 정부나 민간 대표가 함께 참여한다”며 “이 같은 사법행정의 지배구조를 우리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경남 창원 상남분수광장에서 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관 증원으로 상고심 신뢰 회복"
 
이 후보의 대법관 증원 계획도 검토해볼 만하다는 게 법조계 견해다. 상고심 사건은 수만 건에 달하는데 이를 처리하는 대법관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2명으로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대법관 1인당 처리해야 할 사건이 너무 많아 상고심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대법관 증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대법관 숫자를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상고심 재판 숫자에 적절한 대법관 숫자는 어떻게 정할 것인 지와 더불어, 대법관 숫자가 많아지면 전원합의체를 통해 결론을 내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관 증원은 검토해볼 만한 사안이지만, 증원할 경우 뒤따르는 여러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증원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4일 경기도 수원 팔달문 앞에서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통합가정법원 설치로 피해자 중심 재판"
 
법원의 시스템 개혁을 강조한 이 후보와 달리 윤 후보는 사법 서비스 개선에 무게를 실었다. 
 
윤 후보는 ‘통합가정법원’을 확대·개편한다고 공약했다. 통합가정법원은 일반 법원과 가정법원에서 나눠 다루고 있는 소년 사건과 아동학대·가정폭력·데이트폭력 사건을 통합 처리한다. 현재는 소년 사건이 가정법원으로 넘어가서 심리한 후, 형이 선고돼야 하면 다시 형사법원으로 보낸다. 윤 후보는 통합가정법원을 만들어 이곳에서 원스톱 심리를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통합가정법원은 외부 전문기관과 연계한 포괄적 서비스시스템을 구축해 범죄 피해자의 상담과 치료, 지원, 후견 등 종합적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이에 관해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그간 아동·가족폭력 범죄가 부처별 '칸막이 행정'에 의해 분절적으로 진행된 면이 있었다”며 “이런 범죄를 전담하는 법원을 만들고 전문성을 갖추게 해 치료적, 회복적인 기능을 보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미국에서는 뉴욕을 비롯해 39개 주에서 가정폭력 범죄를 하나의 법원을 통해 통합적으로 지원하는데, 피해자 회복 중심으로 사법체계가 짜여 있다며 호평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사 국민 법률지원기구 통폐합"
 
윤 후보는 이외에도 종합법률구조기구(대한법률구조공단·한국가정법률상담소·양육비이행관리원 통합기구)와 행정심판원(중앙행정심판위원회·조세심판원·소청심사위원회·교원소청심사위원회 등 통합기구) 등 여러 유사 기구를 통폐합하겠다고 계획했다. 이에 대해서는 통폐합으로 인해 효율적인 업무처리가 가능할 것이란 견해도 있지만, 세부 분야별 전문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관예우나 ‘유전무죄 무전유죄’ 등 높아진 사법불신을 해소할 구체적 대책은 두 후보 모두 부재하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장 교수는 “대국민 사법 서비스 개선도 필요하지만,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의 사법불신이 굉장히 높아진 상황”이라며 “이걸 근본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중요하다”라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두 후보의 공약이 과거 정부에서 이미 논의됐던 사안들의 '재탕'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후보들 공약 대부분이 역대 정부 뿐만 아니라 사법부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이미 논의되었다가 흐지부지 된 것들 이 적지 않은데, 공약의 당위성과 국민적 공감대 도출, 그에 따른 세부 시행과제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며 "국민에게 정작 중요한 화두가 후보 개인이나 가족문제에 밀려 등한시되고 있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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