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10년 넘게 한국에 거주한 캐나다인이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음주운전 외 다른 전과가 없다는 점을 내세워 국적회복을 불허한 법무부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으나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이정민)는 캐나다인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국적회복 불허가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게 1회의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 외 범죄전력이 없기는 하나 음주운전은 교통사고로 이어져 일반 시민들의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큰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A씨가 대한민국 법체계를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에 관한 의문이 있다”며 “A씨가 다시 대한민국 구성원의 지위를 회복하더라도 지장이 없을 정도의 품성과 행실을 갖췄다고 볼 수 없으므로, 법무부의 처분사유는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는 2008년 12월 캐나다 국적을 취득했음에도 법무부에 국적상실 신고를 하지 않은 채 해외이주자인 대한민국 국민에게 발급됐던 PR여권을 계속 사용했다”며 “이는 대한민국을 입·출국하는 국민과 외국인에 대한 출입국관리를 통해 국경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에 대한 체류관리 업무를 방해하는 것으로 출입국관리법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A씨는 한국 국적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1998년 캐나다로 유학을 갔다가 2008년 12월 캐나다 국적을 취득함으로써 한국 국적을 상실했다. 이후 2008년 5월부터 2017년 2월까지 22회에 걸쳐 대한민국 여권을 부정행사해 출입국하는 등 출입국관리법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다만 이로 인해 형사 처벌을 받거나 범칙금이 부과되지는 않았다.
당시 법무부는 불법체류자의 자발적인 출국을 촉진하기 위해 출입국사범 중 2018년 10월부터 2019년 3월 말까지 자진 출국하는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유예하거나 완화해주는 ‘불법체류자 특별 자진출국기간’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A씨는 2019년 3월 자진출국하기로 하면서 범칙금을 면제받을 수 있었다.
A씨는 한국에서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기소돼 2018년 10월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기도 했다. 그로부터 2년이 채 경과하기 전인 2020년 5월 A씨는 법무부에 국적회복허가 신청을 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A씨에 대해 국적법 9조 2항 2호의 ‘품행 미단정’ 사유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2020년 12월 국적회복불허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한국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2018년 음주운전 1회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 외 다른 범행 전과가 없다는 점, 2007년 12월 이후 캐나다로 출국하는 일 없이 가족과 함께 거주해온 점 등을 들며 법무부의 처분으로 인해 침해되는 사익이 크다면서 법무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서초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사진/서울행정법원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