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직 중 요직' 범정라인…엘리트 검사 승진 코스

우병우·이인규 등 범정 기획관 역임
윤석열·김오수는 범정 담당관 활동

입력 : 2022-03-08 오후 4:32:21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범죄정보과를 모태로 탄생한 범죄정보기획관실은 20여년간 대단한 위세를 뽐냈다. 수사와 관련된 것은 물론이고 폭넓은 사회동향을 비롯한 각종 첩보를 다루면서 검찰총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지시받다 보니 막강한 검찰 조직 내에서도 자연스럽게 요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만큼 범죄정보기획관은 검사장급 승진을 위한 발판으로 여겨졌고 엘리트 검사들이 '범정'을 거쳐 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정기획관 출신 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사법연수원 19기)이다. 서울대 법대 재학 중인 1987년 만 20세의 나이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우 전 수석은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고 수사에서 능력을 드러내며 엘리트 검사의 길을 걸었다.
 
수사·동향 정보가 집중되고 검찰총장과 직접 소통하면서 요직으로 꼽혔던 수사정보정책관실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사진)을 비롯한 엘리트 검사들이 거쳐 갔다.사진은 우 전 수석이 지난해 2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방치·불법사찰 지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뒤 이동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우 전 수석은 2009년 대검 중수1과장을 거쳐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자리에 앉았고 이어 대검 수사기획관, 부천지천장으로 영전했다. 다만 2013년 검사장 승진에서 제외되면서 검찰을 떠났다. 이를 두고 당시 일각에서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하면서 고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은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인 2012년 11월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LIG그룹 기업어음 사기 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23기)는 우 전 수석이 범정기획관이었을 때인 2009년 8월부터 1년간 범정 1담당관으로 근무했다. 윤 후보는 1991년 사업시험에 합격한 뒤 대구지검과 춘천지검, 수원지검에서 근무하다가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 사건, BBK 특검,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을 맡으면서 명성을 쌓았다. 범정기획관 근무 직후 대검 중수 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거친 뒤 2016년 국정농단 특검 팀장으로 일했다. 2017년에는 서울중앙지검장, 2019에는 검찰총장까지 올랐다.
 
2009년 6월12일 이인규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 최종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14기)도 범정기획관 출신이다. 이 전 중수부장은 법무부 검찰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장·금융조사부장, 원주지청장, 대검 미래기획단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 기획조정부장 등을 거쳤다. 'SK비자금 수사'와 '바다이야기 등 게임 비리 수사'를 지휘했다. 검찰 내 대표적인 기업 수사 전문가로 꼽힌다.
 
2010년 11월17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검에서 그랜져 검사사건을 재수사하는 강찬우 당시 특임검사(가운데)가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무실=뉴시스
 
검찰 역사상 첫 특임검사로 이름을 올린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18기)도 범정기획관을 지냈다. 특임검사로 '그랜저 검사 의혹'을 수사한 강 전 지검장도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꼽혔다. 최재경 전 지검장에 이어 인천지검장 당시 '유병언 일가 수사'를 마무리하기도 했다. 
 
김오수 검찰총장(20기)도 범정 1담당관으로 근무했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26기)은 범정이 이름을 바꾼 수사정보정책관실 정책관으로 활동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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