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법인세율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기업 적극적 경영활동 촉진과 신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해야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다. 이는 OECD 38개국 중 8번째로 높다. 법인세수가 GDP나 조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OECD 최상위권 수준이다. 또한 최근 국제 사회에서 디지털세·탄소세 도입 등 글로벌 조세 개편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의 해외 세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세계 주요국들은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등 20여개 국가가 2020년 법인세율을 인하했다. 법인세율을 인상한 국가는 한국, 독일, 터키, 칠레 등을 포함한 8개국에 불과하다.
4단계로 나뉜 법인세 과표 구간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은 법인세 과표 구간이 유일하게 4단계(2억원 이하 10%,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3000억원 이하 22%, 3,000억 원 초과 25%)로 가장 많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 32개 국가는 단일 세율 체계를 택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 2개국은 2개 구간, 룩셈부르크는 3개 구간이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선진국들이 과표 구간을 단일화하는 이유는 법인세의 특성상 납세는 기업이 하지만 실질적인 조세부담은 소비자, 근로자, 주주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또 법인의 규모가 해당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의 소득상태를 반영하지 않아 소득재분배 효과 역시 미미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다른 나라는 어려워지면 생산 경쟁력 차원에서 법인세 인하, 감면 해준다든지 폭넓고 유연하게 적용한다"며 "홍콩이 중국에 반환됐을 당시에도 싱가포르, 대만은 법인세를 낮춰 기업을 유치하려고 했는데 한국은 부의 재분배를 위해 법인세를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우리 기업들은 수출로 먹고사는 글로벌 기업이 대다수"라며 "내부의 한국 시장만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넓게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법인세율 완화가 현실이 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그동안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해야한다고 꾸준히 입장을 밝혀온 만큼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며 "글로벌 흐름에 맞게 법인세율 개선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자(CEO)들도 조세정책 1순위로 '법인세 인하'를 꼽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기업인들이 새 정부에 바라는 조세정책 방향에 대해 국내 기업 CEO 2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법인세 등 기업조세 세율인하'가 27.8%로 1위에 올랐다. 이어 '투자·창업 등 세제지원 확대' 24.7%, '경쟁국보다 과도한 기업세제 정비' 19.8%, 가업상속제도 보완 15% 순으로 나타났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