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직원이 닭고기를 진열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답답하다 못해 원통하다.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치킨값 오른 것이 닭고기 가격 때문이라는 오해들이다. 지난 10년간 육계 신선육 가격은 줄곧 3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수년간 경영악화 속에도 농가와의 상생을 위해 손실을 부담했지만, 좋은 사례라는 칭찬은 못 받고 오히려 담합했다는 공정위 판단으로 온갖 욕을 먹고 있다."
17일 <뉴스토마토>가 만난 육계업계 관계자는 이 같이 말했다. 지난 16일 공정위가
하림(136480), 올품, 마니커, 체리부로 등 16개 육계 신선육 제조·판매 사업자에게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758억2300만원을 부과한데 따른 반응이다.
공정위는 이들이 육계 신선육 가격·출고량을 담합했다고 봤다. 하지만 육계업계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주도로 진행된 수급조절 행위였다는 입장이다. 헌법, 축산법 등에는 농산물 수급조절 및 가격안정을 국가의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123조 4항에는 '국가는 농업 및 어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해 농·어촌 종합 개발과 그 지원 등 필요한 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육계업계는 지난 수년간 만성적인 육계 신선육 공급과잉을 겪어 왔다. 이에 따라 정부 주도로 수급을 조정하며 가격안정화를 도모했다. 농림부도 공정위의 육계 신선육 담합 조사 과정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요청대로 수급조절에 나섰던 것뿐인데, 애꿎은 사업자가 억울하게 과징금을 물게 생겼다"며 "공정위의 주장대로라면 설 연휴에 명태 가격이 치솟고 공급이 불안할 때 정부에서 비축물을 푸는 것도 담합행위로 봐야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우리나라에 담합을 안한 사업자가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발이다.
치킨 값이 오른 이유가 닭고기 가격 때문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온다. 치킨값 인상은 배달료, 인건비, 임대료 등이 주요 원인이라는 반박이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닭고기 육계 공장도 연간 평균가격은 2008년 2945원에서 2013년 3587원으로 상승한 후 2016년 3046원으로 떨어지고, 2020년 2761원까지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닭고기 업체들은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협회 회원사 13개 사업자는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영업이익률이 평균 0.3%에 불과하다. 상장 4개는 0.0002% 수준이다. 반면 농가 소득은 2011년 1억5500만원, 2016년 1억8100만원, 2021년 2억3000만원으로 오름세다.
이 가운데 공정위는 오는 18일 소위원회를 열어 한국육계협회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사건에 대해 과징금부과·고발 등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협회는 원종계, 삼계, 육계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만약 공정위가 협회에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할 경우 최대 5억원씩 총 15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
협회 운영비는 한해 5억원 남짓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률이 0%대인 업계가 무슨 수로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지불할 수 있겠나"라며 "결국 수익성이 더욱 악화돼 산업이 구조조정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축산법에 따라 정부는 농축산물을 수급조절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이번 사안과 관련해 공정위에 의견을 내야 하는 상황이 있다면, 농림부의 이같은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