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러시아가 상환이 임박한 달러 국채 2건의 이자 지급을 이행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의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지속될 경우 채무불이행 위험은 여전하다는 관측도 상존한다. 서방의 고강도 제재와 러시아 디폴트 상황이 맞물릴 경우 주요 교역국 경기와 국제 원자재 가격·수급·인플레이션 등 글로벌 경제의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에너지 자립은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20일 <뉴스토마토>가 대외경제 전문가 3인을 대상으로 러시아 디폴트 등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문의한 결과, 러시아의 채무불이행 위험은 여전히 높다는 진단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최근 수일째 4차 평화회담을 이어가고 있다. 외신 보도를 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중립국화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응하면서 사태가 소강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희망섞인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국제 경제 상황이다. 러시아 정부는 18일(현지시각) 2023년과 2043년 만기인 달러국채 2건의 이자 1억1700만 달러(약 1422억원) 지급을 완전히 이행했다고 밝힌 상태다.
러시아는 서방의 금융제재로 외환(6300억 달러) 중 3150억원 달러에 대한 접근이 차단됐다. 여기에 국제결제시스템(스위프트)에 퇴출 당하면서 국채 이자를 지불하지 못해 디폴트 선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이에 대한 우려가 일단락된 셈이다.
러시아 디폴트 우려가 완화되면서 환율 상승세는 진정 양상을 보였다. 1240원선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18일 전날 보다 6.7원 내린 1207.6원에 거래를 마쳤다.
18일 코스피도 전 거래일보다 12.51포인트(0.46%) 오른 2707.02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700대를 회복한 건 지난 4일 이후 9거래일만이다.
하지만 평화회담이 성과를 보이더라도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외신 보도를 보면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CCC-에서 한 단계 낮은 CC로 강등했다.
여기에 스위프트 제재 추가 확대 가능성 등은 국제경제 경색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러시아 해외 자산 동결 등의 조치도 전쟁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민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평화회담 이후에 합의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서방의 제재가 바로 끝날지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러시아의 채무불이행 위험은 여전히 높다"고 언급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스위프트 제재 등 서방의 제재가 계속 진행되면 디폴트 선언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러시아가 디폴트 선언을 하지 않더라도 국제사회가 이를 진행하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약 400억 달러의 외채를 지고 있다. 러시아가 올해 말까지 갚아야 할 달러국채 이자와 원금은 총 45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지급기일이 임박한 달러국채 이자는 21일 기한을 맞는 6600만 달러다. 30일간 유예기간이 설정돼 있다. 이달에는 추가로 6억1500만 달러 상당의 달러국채 이자를 내야 하고 내달 4일에는 20억 달러의 국채 원리금 이자(역외인 옵쇼어 채권)를 상환해야 한다.
한국 정부도 서방의 고강도 제재와 러시아 디폴트 상황이 맞물릴 경우, 주요 교역국 경기와 국제 원자재 가격 및 수급, 인플레이션 등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증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 불안 등에 따른 시장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유의한다는 입장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러시아가 디폴트 위기를 넘겼다고는 하지만 이를 완전한 리스크 해소로 간주해서는 곤란하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원유, 가스, 희귀자원 등 핵심 원자재들을 대부분 수입하다 보니 이에 따른 대외 의존도도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잠시나마 숨을 돌린 지금 시점부터 이 에너지 자립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도 최근 사태를 계기로 빠르게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처럼 우리도 중장기적 측면에서 재생에너지 시스템 구축, 에너지 수입 루트 다변화 등을 통해 경제 안보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일(한국시각) 외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최근 수일째 4차 평화회담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파괴된 우크라이나 극장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