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상장사 CEO 천태만상

입력 : 2022-03-29 오전 6:00:00
최성남 증권팀장
12월 결산법인의 주주총회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가 부진을 겪은 대기업의 대표이사가 최저임금을 약속하고 있다. 주가 부진에 책임을 지고 주가가 정상화될 때까지 '백의종군'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주가 정상화의 현실화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회사 경영진이 소액주주의 요구에 응답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보여진다. 반면 일부 기업의 대표이사는 과대한 퇴직금 조항을 만들고 있다. 경영진의 배만 불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기우성 셀트리온(068270) 대표이사와 남궁훈 카카오(035720) 신임 대표내정자, 신원근 카카오페이(377300) 대표 내정자는 약속된 주가가 달성될 때까지 최저임금을 받고 근무하기로 발표했다. 기 대표는 지난주 열린 셀트리온 주총에서 주주들이 주가가 35만원으로 오를 때까지 최저임금을 받고 근무할 것을 요구하자 기 대표가 이를 받아들였다. 지난 25일 기준 셀트리온의 종가는 16만5500원이다. 현주가 대비 100% 가량 상승이 필요하다.
 
쪼개기 상장과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먹튀’ 등의 논란으로 주가가 급락한 카카오 그룹사에서도 최저임금 선언이 나왔다. 남 대표(내정자)는 지난달 사내 게시판을 통해 “주가가 15만원이 되는 날까지 법정 최저임금 수준의 연봉만 받을 것”이라고 밝혔고, 신 대표(내정자)는 20만원을 제시했다. 해당 가격이 오기 전까지는 최저임금만을 받겠다는 것. 
 
작년 기 대표는 셀트리온에서 17억원을, 남 내정자는 카카오에서 61억원을 보수로 받았다. 올해 최저임금인 시간당 9160원을 받는다면 연봉은 2297만원으로 책정된다. 주가 하락에 대한 책임을 지고 CEO가 수십억원의 연봉을 포기하는 모습은 소액주주의 확대된 영향력을 실감케 한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 소액주주는 191만명이 넘고, 강성 주주가 포진한 것으로 유명한 셀트리온은 49만여명의 소액주주가 있다.
 
반면 과도한 퇴직금 조항을 건 정관 변경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인공지능(AI) 토탈 솔루션 기업인 가온미디어(078890)는 재직한지 1년된 임화섭 전 대표의 아들인 임동연 사내이사(1997년생)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부자 승계 구도다. 여기에 주총에서 특별퇴직금 조항도 통과되면서 임원 퇴임시 직전 보수 대비 3배까지 지급이 가능케 했다. 올해 1월초부터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 기존 대표였던 임화섭 대표의 작년 보수가 40억원이었던 만큼 아들에게 대표 자리를 물려주고, 특별상여로 120억원을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최대주주측 지분율이 14.3% 밖에 되지 않는 상황임에도 해당 안건이 주총 결의를 통과했다는 것이다.
 
경영진의 자리 보전을 위한 정관 변경을 추진하는 기업도 있다. 대규모 유상증자의 흥행 실패로 최대주주가 KB증권으로 변경된 엔지켐생명과학(183490)은 기존 최대주주와 이사진들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대규모 보상금을 신설 중이다. 기존 정관은 대표이사가 적대적 M&A로 해임될 경우 통상 퇴직금 외에 50억원의 퇴직보상금을 받도록 했지만, 이번 정관변경을 통해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가 적대적 M&A로 해임될 경우 퇴직금 이외에 퇴직보상금으로 대표이사에게 200억원, 사내이사에게 100억원을 지급하도록 정관을 변경할 계획이다. 만에 하나 경영권을 지키지 못할 경우 퇴직금이라도 두둑이 챙기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주총은 오는 31일이다. 결과가 주목된다.
 
최성남 증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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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