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새정부에 대한 국민적 기대치가 역대 사례와 비교해 지극히 낮아진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을 계기로 여론의 불안과 우려를 더는 데 주력한다. 조만간 지방 일정에도 나서며 통합과 민생을 챙기는 당선인의 모습도 부각한다는 전략이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29일 통의동 인수위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고 전날 진행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만찬 회동의 의미를 '통합'에서 찾았다. 두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정권 이양기 인사권 행사 주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등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벌이다, 대선 19일 만인 전날에야 마주할 수 있었다. 신구 권력 충돌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두 사람은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간 회동 중 가장 긴 171분을 할애해 흉금 없는 대화를 나눴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께서 정권 이양기에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이 맞잡은 손, 그리고 이 대화로 걱정을 조금 덜어드리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나라의 안팎 사정이 어려운데 통합된 국민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두 분의 뜻이 같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만찬에 배석했던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전날 회동 직후 통의동 기자회견장을 찾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흉금을 털어놓고 얘기를 나눴다”, “과거의 인연 등을 주제로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눴다” “언론이 느끼는 갈등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서로 존중하는 가운데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눴다” 등 갈등의 이미지 지우기에 주력했다. 갈등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MB 사면과 인사권 등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얘기를 피했다.
신구 갈등을 지켜보는 여론의 냉담한 눈초리는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윤 당선인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전날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정기 여론조사 결과, 신구 권력 갈등에 대해 국민 절반가량(50.7%)이 윤 당선인의 책임이 더 크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 책임이 크다는 의견은 42.9%,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6.4%였다. 또 전체 응답자 절반이 ‘새정부에 대한 기대가 낮다’고 했다. ‘기대가 높다’는 응답은 46.4%, ‘잘 모르겠다’는 3.5%였다. 역대 사례를 보면 출범을 전후로 새정부에 대한 국민적 기대치가 가장 높았다는 점에서 윤 당선인으로서는 시작부터 꼬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여론에 대한 부담을 떨쳐낼 계기를 마련한 윤 당선인은 조만간 지방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평소 강조했던 현장의 시각으로 민생을 돌본다는 의미다. 국민통합 차원에서 광주를 취임식 장소로 고려했던 만큼 호남도 빠지지 않고 찾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방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퇴원해서 대구 달성군 사저에 입주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찾는다는 계획이다. 앞서 윤 당선인은 퇴원한 박 전 대통령에게 축하 난을 전달하고 “건강이 허락한다면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국정농단 특검 등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을 궁지로 내몰았던 만큼 구원 해소는 보수층 결집에도 힘이 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오후 외부일정을 마친 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