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가온미디어(078890)가 '최대주주 일가 배불리기' 주주총회로 논란을 빚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온라인 토론방에서 '주주 돈으로 대표이사 위로금을 지급하고, 대표 아들만 부자 만들고 있다'며 회사에 집단 항의하고 있다. 기업 전체의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주총이 매년 최대주주의 사익추구를 위한 '거수기'로 전락하며 소액주주들을 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세 무경력 대표 선임에 임원 퇴직금 잔치까지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가온미디어는 지난 25일 임동연 대표이사를 새로 선임한다는 내용의 대표이사변경을 공시했다. 임동연 대표는 임화섭 전 대표이자 가온미디어 창업주의 1997년생 아들로, 작년 1월 입사해 경력이 1년 남짓에 불과하다. 임 대표는 같은 날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된 뒤 이사회 의결을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됐는데, 회사 정관상 사내이사는 회사 입사 1년 이상이기만 하면 돼 절차상 문제는 없다.
같은날 주총에선 임 전 대표에게 약 120억원의 퇴직금을 지급할 수 있게 하는 안건도 통과됐다. 특별한 공로가 인정되는 임원에게는 퇴직금 외 별도 명목으로 직전 연도 보수 총액의 3배 한도로 특별위로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임원 퇴직금 규정이 개정됐다. 게다가 해당 규정은 지난 1월1일부터 소급 적용되기 때문에 임 전 대표도 규정에 따라 최대 120억원을 챙길 수 있다. 회사의 작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약 280억원이다.
기업보다 최대주주 사익이 더 중시된 이번 주총 이후 가온미디어 주가는 이틀째 하락세다. 지난 25일 1만3600원에 거래를 마친 뒤 이틀 연속 2%대 하락하며 이날 1만2850원에 마감했다. 소액주주들은 임 대표 일가가 고작 지분율 14%로 사실상 회사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온라인 종목토론방에 올라온 글의 일부. 사진=캡처
소액주주 지분 75%인데 왜 못막았나…"오히려 견제력 약해"
일각에선 소액주주 지분이 75%가 넘는데 최대주주 일가의 전횡을 막지 못한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임화섭 전 대표의 지분율은 14.26%, 임동연 대표의 지분율은 0.01%에 불과하다. 5% 이상 지분율을 가진 투자자는 없으며, 2021년도 사업보고서 기준 소액주주 비율이 75.33%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소액주주 비율이 높기 때문에 이같은 '전횡'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익명의 자본시장 전문가는 "소액주주들은 오히려 조직된 목소리로 대응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으며 기관이나 큰손 투자자가 없는 점도 경영진을 견제하지 못한 이유로 보인다"며 "아무리 요즘 소액투자자들 목소리가 커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주총 투표율은 저조하고 회사 경영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소액투자자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소액주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 상장사에선 웬만한 안건이 생각보다 쉽게 통과되곤 한다"고 들려줬다.
실제로 임원 보수나 사내이사 선임 안건 통과 기준은 높지 않다. 상법상 '기본 결의 사항'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관변경이나 조직 변경(회사 병합이나 분할 등)을 위한 '특수결의'에 비해 문턱이 낮다. 특별결의 안건은 발행주식 수의 3분의1이 찬성해야 하며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3분의2가 찬성해야 하지만 보통결의(임원 선임과 재무제표 승인, 임원 보수 승인 등)는 발행주식 수의 4분의1 찬성, 출석한 주주 의결권 과반수 찬성만 충족하면 된다.
때문에 주총 안건을 의결하는 이사회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가온미디어의 경우 이사회 역시 '거수기' 역할에 불과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안건이 상정되기까지 경영진이나 최대주주에 대한 견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뉴스토마토>는 가온미디어와 여러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