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우리나라 주력 품목 중 하나인 반도체 수출 규모가 10년새 두 배 넘게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동아시아의 주요 국가와 비교해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반도체 경쟁국인 대만은 수출액과 수출 점유율에서 모두 한국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주요 수출 경쟁국의 최근 10년의 수출 경쟁력 변화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수출액은 지난 2011년 5552억달러에서 2021년 6444억달러로 16.1% 증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수출 증가율은 대만의 6분의 1, 중국의 5분의 1에 불과한 수치다. 같은 기간 대만은 2044억달러에서 4070억달러로 99.1% 증가했고, 중국은 1조8993억달러에서 3조3625억달러로 77.0% 늘었다. 반대로 일본은 8220억달러에서 7561억달러로 8.0% 감소했다.
반도체는 일본을 제외한 중국, 대만, 한국 등 3개국의 수출액과 점유율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2011년 329억달러에서 2020년 1171억달러로 255.9%, 대만은 356억달러에서 1232억달러로 246.1% 각각 늘었다. 한국은 397억달러에서 829억달러로 108.8% 증가했고, 일본은 320억달러에서 289억달러로 9.7% 줄었다.
국가별 수출 점유율 증감 폭을 보면 중국은 2011년 7.7%에서 2020년 14.9%로 7.2%포인트, 대만은 8.6%에서 15.6%로 7.0%포인트 증가했지만, 한국은 9.5%에서 10.5%로 1.0%포인트 확대된 것에 그쳤다. 일본은 6.6%에서 3.7%로 2.9%포인트 감소했다.
이처럼 중국과 대만의 반도체 수출액 증가율이 한국보다 두 배 이상 높고, 무엇보다도 중국과 달리 전체 수출액 규모가 한국보다 적은 대만의 반도체 수출액과 점유율이 한국을 추월했다는 점 등이 수출 경쟁력에 우려되는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
이재수 전경련 아태협력팀장은 이에 대해 "미국과 중국의 분쟁 이후에 대만의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었다"며 "또 TSMC 위주로 점유율이 많이 올라가면서 우리나라를 추월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 2020년 중국의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업체인 SMIC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자국 기업들의 반도체 기술과 장비 수출을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
또 전경련이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의 반도체 수출 경합도 지수를 분석한 결과 한국과 대만의 2021년 반도체 수출 경합도는 10년 전보다 15.1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과 중국이 3.7, 한국과 일본이 2.4 증가한 것보다 압도적인 수치로, 한국과 대만과의 수출이 치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월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반도체 산업 전시회 '세미콘 코리아(SEMICON Korea)'에서 한 참관객이 반도체 시스템 장비 시연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경쟁력이 최근 10년간 동아시아 주요 경쟁국보다 핵심 품목에서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만, 중국 등 수출 경합도가 높은 국가에 대응하는 경쟁력 강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등 주력 산업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을 강화하고, 수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며 "수출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규제 완화 등에도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기준 31.2%로 우리나라 수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전기기기의 수출액은 2011년 1185억달러에서 2020년 1597억달러로 34.8% 증가했다. 대만은 같은 기간 761억달러에서 1746억달러로 129.4%, 중국은 4458억달러에서 7101억달러로 59.3% 늘었다. 일본은 1295억달러에서 1026억달러로 20.8% 감소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