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주가조작 사건에 가담한 증권사 직원으로부터 ‘주가 방어해달라’는 문자를 받은 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계좌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한 기록이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 심리로 1일 열린 권 회장 등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은 전직 증권사 직원 김모씨가 권 회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과 해당 시점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호가장 등을 공개했다.

 

검찰이 공개한 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2012년 7월 권 회장에게 ‘혹시 주변에 물 타실 분이 있으면 방어라도 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후 권 회장은 김 여사의 계좌로 도이치모터스 주식 1500주를 매수했다. 김씨가 권 회장에게 해당 메시지를 보냈을 당시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3000원대로, 수개월전 8000원대인 것과 비교해 절반 이상 급락한 상태였다.

 

김씨는 권 회장으로부터 주가 관리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날 공판에는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김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김건희 명의 계좌로 1500주를 매수한 것은 권오수 피고인이 증인의 요청에 따라서 주식을 매수해 준 것인가”라고 물었고, 김씨는 “제가 문자를 보냈으니까 샀겠죠”라고 답했다. 다만 김씨는 “1500주면 500만원 정도”라며 “저것 가지고 (주가에)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검찰은 “계속 조금씩 사서 보태준 모양새가 난다”고 했다.

 

검찰은 또 김씨가 시간 외 대량 매매 방식으로 김 여사의 계좌를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 매도한 기록도 공개했다. 검찰은 김씨에게 이 같이 행한 이유를 물었고, 김씨는 “매수인이 주식을 싸게 사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를 대상으로 한 가장·통정매매, 고가매수, 허위매수 등 7800회가 넘는 이상매매 주문 정황을 발견하고, 권 전 회장 등이 회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다. 권 회장은 이 같은 시세조종을 통해 82억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아내 김건희 여사가 이른바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은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