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금융지주사들이 비은행 사업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은행에서 발생하는 이자이익을 넘어 비은행 부분에서 새로운 이윤을 창출해 수익 다변화를 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금융지주사들의 순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53%에 달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전년에 57.1%였던 것과 비교한다면 4.1%p 줄어든 셈이다. 금융지주사의 은행 의존도가 다소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올해도 금리 인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대출 규제 완화도 예상되는 만큼 금융지주사들의 은행 실적은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금융지주사들은 어느 정도 실적이 확보된 은행 쪽보다 비은행 사업 부분을 확장해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지주사 1·2위 그룹인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은 비은행 사업에서 타 지주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앞서 있다는 평가다. 작년 전체 순익에서 비은행 사업이 차지한 비중은 KB금융이 42.6%, 신한금융이 42%를 기록했다. 하나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은 각각 35.7%, 17.2%에 그쳤다.
KB금융은 지난 2020년 푸르덴셜생명보험을 인수하며 비은행 분야 중 하나인 보험 부분을 강화했다. 작년 KB금융이 리딩금융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었던 데에는 푸르덴셜 인수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KB금융은 내년 초까지 푸르덴셜과 기존 KB생명보험을 통합해 시너지를 도모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은 작년 1월 신한자산운용을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더불어 7월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통합한 신한라이프를 출범한 데 이어 11월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며 비은행 부문을 강화했다.
우리금융은 2019년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우리자산운용, 우리글로벌자산운용, 우리자산신탁, 우리금융캐피탈, 우리금융저축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종합금융그룹 재건을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꾸준히 약점으로 지적돼 온 증권·보험 분야 강화를 위해 관련 회사 인수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하나금융은 올해 함영주 회장이 부임하면서 비은행 사업 확장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 2020년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해 하나손해보험을 출범하기도 했지만 이 외에 눈에 띄는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함 회장은 은행과 증권을 주력 사업으로 갖고 가되 카드, 캐피탈, 보험 분야에서도 경쟁력 있는 계열사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은행 사업 재편이 금융지주사들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다"면서 "올해 실적에서도 비은행 사업 성과가 전체 성적을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에 은행 ATM 기계가 나란히 설치된 모습. (사진=뉴시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