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검수완박(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검찰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민주당 계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위원으로 사·보임하면서 검찰 내부에서 위기감이 고조된 것이다. 대검찰정은 고검장 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할 계획이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사진=뉴시스)
대검찰청은 8일 오후 5시 김오수 검찰총장 주재로 전국 고검장 회의를 연다. 회의에는 김 총장과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고검장 등이 참석한다. 회의에서는 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 대응책이 주로 논의될 전망이다.
대검은 당초 이날 회의에서 지난달 말 진행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검 업무보고와 관련된 내용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양향자 의원이 법사위로 옮기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위한 사전작업을 하는 것 아니냐며 거센 비판이 터져 나왔다. 국회 상임위원에서 법안에 대한 이견이 있을 경우 안건조정위원회를 꾸려 법안을 심사하는데, 무소속인 양 의원이 법사위로 보임하면서 민주당이 안건조정위 구성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수완박은 곧 '검찰해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는 민주당의 움직임에 반발하는 의견이 올라왔다.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는 "'내 목을 쳐라'고 일갈하시던 모 총장님의 기개까지는 기대하지 못하겠다만, (김오수 총장이) 소극적인 의사표현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면 차라리 검수완박은 시대적 소명이라고 입장을 표명하고 검찰 구성원들을 설득이라도 해야한다"고 했다. 이 부장은 김 총장을 "모래에 머리 박는 타조"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권상대 대검 정책기획과장도 "이미 지난해 공수처법, 탄소중립법, 사립학교법, 언론중재법 등에서 비슷한 행태의 사보임을 통해 안건조정위가 무력화되었던 사례가 있다"며 "이번 사보임은 그 목적이 아니라는 설명을 진심으로 믿고 싶지만, 다른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지역검찰청들도 검수완박으로 술렁이는 분위기다. 대구지방검찰청은 김후곤 검사장 주재로 본청 및 8개 산하지청 소속 검사들과 전체 검사 긴급회의를 열고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 움직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대구지검은 회의가 끝나는 대로 성명을 낼 예정이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