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대구지검이 여권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검찰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국가 범죄대응 역량이 크게 저하되고 국민들께서 큰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고 공식 반대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의 최종 과제인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일선 검찰청이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지검은 김후곤 검사장 주재로 '본·지청 구성원 회의'를 열고 이같이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대구지검은 이날 회의 결과를 대검찰청에 전달했다.
김후곤 대구지검장. (사진=뉴시스)
이날 대구지검 검사들은 검·경수사권 조정의 부작용과 '검수완박'으로 예견되는 폐해를 종합적으로 지적했다.
우선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검사 수사권 제한으로 제대로 처벌받지 못하는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인지수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한 예로 이번 회의에 제출된 통계를 보면, 전국검찰청 무고범행 인지 건수의 경우 2020년 706건이던 것이 검·경수사권 조정 원년인 2021년에는 206건으로 71% 크게 줄었다. 1년 사이에 무고죄를 저지르는 고소인이 급감했다고 보지 않는 이상 이같은 감소세는 설명이 어렵다는 게 검사들 주장이다.
자료=대구지검
일반 형사사건에 대한 검찰 직접수사권이 폐지되고 보완수사요구제도가 도입된 뒤에는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지 1년이 지나도록 방치된 사건도 크게 증가했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대구지검 본청의 경우 2021년 1~3월 보완수사를 요구했으나 1년이 지난 올해 4월까지 회신되지 않고 있는 사건이 96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회의에서는 범죄 가능성이 농후한 사건이 실제로 묻히는 사례도 제시됐다. 경찰이 송치한 폐기물 불법투여 사건 기록을 검토한 결과, 피의자가 조직적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짙었지만 수사대상범죄가 아니어서 검찰이 수사할 수 없었고, 경찰이 보낸 수사기록상만으로는 다른 범죄의 흔적이 나타나 있지 않아 보완수사요구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검사들은 "최소한의 통제장치인 보완수사요구를 폐지하는 경우 사건의 책임소재가 불명확해져 국가의 범죄대응 능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검찰의 수사권한을 폐지하고 공소제기권만 남겨둔다는 '검수완박'안에 대해서는 보다 직접적인 우려가 제기됐다. 수사권과 공소제기권을 인위적으로 분리할 경우 고도화된 전문범죄나 반부패 범죄, 기업범죄에 대한 국가 대응 역량이 크게 감소할 거란 지적이다.
자료=대구지검
이날 대구지검 회의에서 제시된 자본시장법위반 금융위원회 이첩사건 처리현황을 보면, 증권범죄합수단이 2019년 접수한 증권범죄 56건 중 7명을 구속기소한 것을 비롯해 총 31건을 재판에 넘겼지만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인 2021년에는 구속기소된 사람은 없었고 10명을 기소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증권범죄합수단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2020년 폐지했다.
이날 '대구지검 본·지청 구성원 회의'에는 김 지검장과 8개 지청(대구서부·안동·경주·포항·김천·상주·의성·영덕) 지청장장 전원, 검사·과장이상 약 150명이 참여해 실시간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