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새 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은 검찰 인사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현 정부여당이 강행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한 일종의 선전포고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 내정자는 검찰 경력 21년차의 자타가 공인하는 특별수사 전문가로, 유력한 서울중앙지검장 후보였다. 반면, 기획이나 정무 쪽 경험은 지금까지 거론된 장관 후보자 중 상대적으로 적지 않겠느냐는 게 검찰 안팎의 평가였다. 따라서 국무위원인 장관 후보군에서는 유력하게 거론되지는 않았다.
한 내정자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당장 취임과 함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는 특별수사 검사를 중심으로 한 검찰 인사다. 내정 당일까지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현직 고위 검찰간부였던 만큼 검찰 내부 사정과 이른바 '특수통·수사통' 검사들 면면에 대해 훤하다. 무엇보다 한 내정자 자신이 삼성·현대·SK 등 대기업 사건은 물론, 국정농단· BBK 비리 사건 등 여러 권력형 비리를 직접 수사하거나 수사지휘했다.
한 내정자가 취임과 동시에 검찰 인사를 단행해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등 주요 검찰청을 특수통 검사들 중심으로 재편하면, 현 정부와 여당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단시간 내 전방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말이다. 현재 검찰은 '대장동 개발 의혹'과 '산자부 등 블랙리스트 의혹', '성남FC 수사무마 의혹' 등을 수사 중이지만 장기간 동안 지지부진한 상태다.
검찰에서 오랫동안 특별수사를 전문적으로 한 여러 전직 검찰고위 간부들은 "3개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라고 했다. "검찰 수사가 상설특검 보다 훨씬 더 직접적이고 효과적"이란 말도 나왔다. 한 내정자 취임 즉시 검찰 인사가 있을 거라고 내다보는 전망도 적지 않다.
현재 정부여당이 강행 추진 중인 '검수완박법안'은 사실상 실행이 확실시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진 법률안 거부권이 검찰로서는 마지막 희망이지만 희박하다. 문 대통령은 오랫동안 일관되게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즉 '검수완박'을 주장해왔다. '검수완박법안'이 현실화 될 경우, 70여년간 수사권한을 행사해 온 검찰은 사실상 해체된다. 정부여당이 예고한 '검수완박법'의 3개월간 유예기간이 사실상 마지막 수사를 할 수 있는 기간이다.
전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법 시행 시기를 최소 3개월 유예하기로 했다. 이 기간 동안 경찰권 비대화를 막을 방안과 중대범죄수사청 등 대안 수사 기구 설치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새 정부가 안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이 국회에서 절대 다수석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새 정부가 끌려다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수완박법안'을 실질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을 윤 당선인에게는 한 내정자가 적임자라는 말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현재 검찰 내부는 정부여당의 '검수완박' 강행으로 동요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여당에서는 검찰이 검사회의 등을 통해 반대 의사를 표한 것을 두고 '집단행동'이라고 비판하며 '검수완박' 추진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죄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열린 2차 내각 발표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인수위기자단/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