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인권변호사’ 한승헌 전 감사원장 별세

민청학련 등 굵직한 시국사건 맡고 민변설립 주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당시 공범 투옥…향년 88세

입력 : 2022-04-21 오전 8:16:44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군사정권 시절 수많은 양심수와 시국 사범을 변호했던 '1세대 인권변호사' 한승헌 변호사가 20일 별세했다. 향년 88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관계자는 이날 "민변의 원로회원인 한 변호사가 작고했다"고 밝혔다.
 
1934년 전라북도 진안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7년 고등고시 사법과(8회)에 합격한 뒤 법무관을 거쳐 1960년 검사로 임관해 5년간 통영지청·법무부 검찰국·서울지검 등에서 근무했다. 1965년 변호사 개업 후에는 인권변호사로서 '민청학련', '동백림 간첩단' 사건과 김지하 시인의 '오적' 필화사건 등 굵직한 시국사건을 변론했다.
 
1975년 '유럽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당한 김규남 의원(1929∼1972)의 죽음을 애도하는 ‘어떤 조사(弔辭)’를 썼다는 이유로 구속됐다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재심 끝에 2017년 무죄 판결받았다. 당시 그의 변론을 맡았던 1차 변호인단만 104명이었고, 최종 변호인단에 129명이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됐었다.
 
고인은 198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내란음모 사건 당시 공범으로 몰려 투옥되기도 했다. 1986년에는 시국사건 변호사들인 홍성우·조영래 변호사 등과 ‘정의실현 법조인회’(정법회)를 결성했다. 정법회는 1988년 설립된 민변의 모태다. 1988년에는 민변 창립을 주도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 때인 1998∼1999년 감사원장을 지낸 뒤 노무현 정부 때는 사법제도 개혁추진위원장을 맡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대리인단에 소속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시절에는 선거 캠프 통합정부 자문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문 정부 때인 2018년, 민주화운동과 사법개혁에 헌신한 공로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이 외에도 한국기자협회 법률고문과 <한겨레신문> 창간위원장,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관훈클럽 고문변호사 등을 역임했다. 고인은 시집 ‘인간귀향’, ‘노숙’, ‘하얀 목소리’를 출간했고, 에세이 ‘한 변호사의 고백과 증언’, ‘피고인이 된 변호사’를 발표한 작가이기도 하다.
 
빈소는 가톨릭대학교 서울 성모병원에 차려질 예정이다.
 
2015년 '대한민국 법원의 날'을 기념해 특강을 하는 고 한승헌 변호사. (사진=연합뉴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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