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일명 '가평계곡 살인사건' 수사를 지휘 중인 인천지검 조재빈 1차장검사가 '검수완박 법안' 중재안의 핵심 내용인 검찰의 보완수사 제한 규정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내놓은 중재안에는 검찰의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에 대해 "사건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속에서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라고 돼 있다. 그러나 전날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수정안에는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위 내"로 더 축소했다. 사건의 단일성·동일성이란 경찰이 송치한 사건 그 자체 및 포괄일죄만을 말한다. 해당 사건 외 다른 범죄를 수사하는 별건 수사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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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차장은 지난 26일 검찰 내부 인트라넷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자신이 수원지검 여주지청 근무시절 자신이 직접 수사한 사례를 들었다. 양평지역 다방이나 주점 주인들이 접대부로 고용한 여성들을 상대로 낸 고소사건들이다. 내용은 이렇다.
2002년 당시 양평지역에는 선불금을 받고도 일을 하지 않아 사기죄로 고소 당한 여성들이 많았는데, 경찰이 검찰로 송치한 사건 대부분에 기소 중지나 참고인 중지 의견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고소 당한 여성들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거나 같이 일 하는 다른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중 한 사건의 피해자는 전국에 다방이나 주점을 열었던 업주였는데, 자신이 선불금 사기죄 고소한 여성에게 죽임을 당했다. 고소를 해도 사건이 해결되지 않자 직접 추적에 나선 업주를 이 여성이 차로 치어 죽인 것이다.
여주지청에서 조사한 결과 이 여성은 총책과 남자 조직원 10명, 여자 조직원 15명 등 모두 26명으로 구성된 선불금 사기단의 일원이었다. 사기단은 2001년 6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전국을 무대로 63회에 걸쳐 총 합계 7억원 상당의 선불금을 편취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중 총책을 포함해 18명이 구속기소됐다.
사기단의 전국적 범죄가 가능했던 것은 경찰관들이 비호했기 때문이다. 당시 총책은 경찰관 10여명에게 뇌물과 향응제공, 성접대를 하면서 선불금 사기사건 배당에 개입했고, 수배사실 조회를 제공받았으며 남자 조직원의 폭력사건도 조작했다. 여주지청은 경찰관 7명을 적발해 그 중 1명을 구속기소했다.
구속기소된 사기단 조직원 18명 전원에게는 징역 6개월에서 8년 6개월까지의 실형이 선고됐다. 총책 역시 징역 5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직접 수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 차장은 글에서 박 의장에게 "'중재안'처럼 송치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단일성과 동일성이 있는 범위로 제한'한다면 과거 '선불금 사기단'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면서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면서 기소중지·참고인중지로 처리해 버리고 자력구제를 하겠다며 피의자를 찾아간 피해자가 차에 치어 죽어도 검사는 모른 채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또 "(유사 사건의 경우)경찰관이 (피의자를)비호하고 있어 경찰에게 수사하도록 할 수 없거나 설사 경찰관의 비호가 없었더라도 단일성과 동일성을 넘는 부분이라 경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들어줄 것 같지도 않다"면서 "피의자들과 피해자들을 가까이서 만나고 있는 검사들이 서민의 생계를 위협하는 사기조직을 모른 채 해야 하느냐. 이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 아니냐"고 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