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강력히 비난했다. 부산과 울산, 경상남도를 지목해 지난 정권에서 가장 특혜 받은 지역이라고도 했다.
대우조선해양(042660),
쌍용차(003620), KDB생명 등 3건의 매각 차질에 대해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정부와 정책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 회장직을 수행하고 정부와 함께 하는 것이 순리하고 생각한다"며 "평소 '정부가 바뀌면 나는 그만두겠다'라고 언급한 것처럼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정권교체기 마다 정책기관장 교체를 두고 생기는 잡음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런 소모적인 정쟁 형태가 5년 주기로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중요 정책기관장의 임기를 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의 임기와 깔끔하게 맞추는게 맞지 않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중요 정책기관을 선별해 그 기관장의 임기를 2.5년이나 5년 주기로 해서 정부와 정책기관장의 임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일부 기업의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나머지 매각건은 성과로 꼽았다. 그는 "대우조선해양과 KDB생명, 쌍용차 매각 차질 등 3건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한 게 없다고 하면 잘못"이라며 "문재인정부 하에서는 구조조정을 합리적 원칙에서 일관성 있게 추진해 대부분의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마무리 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두산중공업, HMM,
대우건설(047040) 등 11개가 구조조정이 완료됐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HMM은 완벽하게 정상화돼 이제 매각만 남은 상태로 기업가치가 너무 커져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을 걱정해야 할 상태"라며 "두산중공업은 대주주와 산은 협조로 초기에 선제적으로, 단시간에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3건의 기업 매각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밝혔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은 기업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산업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며 "조선 3사를 지탱할 만큼 글로벌 선박 수요의 대호황이 오지 않는다면 공존할 수 있는 구조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 유럽연합(EU)이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불허한 것을 설명하면서 산업 재편의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또 대우조선해양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해결책이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쌍용차 매각과 관련해서는 "산은에 대규모 자금 지원을 기대하는 것 같은데, 지속 가능한 사업성 여부를 기준으로 자금 지원을 결정해야 한다"면서 "아쉽게도 쌍용차의 본질적 경쟁력은 취약하며 지속 가능성이 없다면 자금 지원만으로 회생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최근 KDB생명 매각 작업이 무산된 것에 대해서는 "재매각을 추진할 것이다"며 "일방적으로 책임전가 식으로 산은에 책음을 떠넘기는, 정부가 손을 터는 방식의 매각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산은 부산 이전과 관련해서는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잘못됐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반대 의견을 재차 밝혔다. 이어 "충분한 토론과 공론화 절차 없이 무리하게 이뤄지는 논의 과정이 우려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가의 중요 정책을 논리적 논쟁 없이 주장만 되풀이 하는 식으로 집행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만약 심각한 폐해가 발생하면 책임은 누가 지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과거 이명박정부 당시 산은이 정책금융공사로 기능이 분할되고, 다시 합쳐지는 과정에서 경쟁력이 많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산은은 국가 정책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그 기능이 저해되면 큰 일"이라며 "논리적 토론 없이 주장만 되풀이되고, 껍데기만 얘기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균형발전의 취지에 누가 동의하지 않겠느냐"며 "다만 지역균형발전은 국가 전체의 발전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지속가능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특히 부울경 지역은 박근혜 대통령 이후 가장 특혜받은 지역이다. 기간산업이 부울경 지역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이제 다른 지역을 좀 도와달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 회장은 지난 5년 간의 재임 기간을 되돌아보면서 "아쉽게도 일부에서 산은을 전혀 모르면서 맹목적인 비방이 나오고 있다. 지난 5년간 산은이 한 일이 없다, 산은을 3개로 쪼개야 한다 등 도를 넘어선 정치적 비방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는 여러운 여건 속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3300명 산은 직원과 가족에 대한 모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3300명의 산은 직원은 지난 5년간 정말 열심히 일했고, 그들의 명예를 위해서도 지난 5년간 산은이 무슨 일을 했는지 설명할 의무가 있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의 표명 입장과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산업은행)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