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벗어도 된다'지 '쓰지 말자'가 아니다

입력 : 2022-05-03 오전 6:00:00
"이상하게 오늘 공기가 상쾌하다 싶으면 마스크를 안 쓰고 나온 것이다."
 
코로나19 초기 인터넷에서 유행한 글이다. 이렇게 마스크를 깜빡 잊고 나올 만큼 마스크에 익숙하지 않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지 2년이 넘은 지금 마스크는 또 하나의 얼굴이 됐다. 이달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 조치가 사라졌지만 "마스크를 벗기가 어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지난 2020년 10월 13일 시작됐다. 당시에는 유흥주점 등 고위험 시설 12종에만 적용됐다. 한 달 뒤인 11월 13일부터는 백화점, PC방 등으로 착용 범위가 확대됐고 작년 4월 11일부터는 아예 실외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야외에 국한되긴 하지만 1년 6개월 만에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완화 조치 때문인지 어색하긴 해도 그만큼 설렘도 크다. 특히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고 아침, 저녁으로 공기가 상쾌한 시기엔 마스크를 벗고 산책을 할 마음에 들뜨기까지 한다.
 
마스크 해제와 함께 일상 회복 기조가 본격화하며 멈췄던 체험학습이나 체육대회도 가능해졌다. 화장품 업계, 여행 업계 등도 일상회복 움직임에 매출이 오를 것을 기대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친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말이 자칫 "마스크를 쓰지 말자"는 메시지로 잘못 전달될까 우려스럽다.
 
코로나19 유행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위험 요소는 여전하다. 지난 4월 3주 기준, 일주일 동안 사망한 확진자 중 60대 이상은 93.7%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가장 전파력이 높다고 알려진 스텔스 오미크론 보다 전파 속도가 빠른 것으로 추정되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2.12.1가 미국에서 확산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 재확산으로 봉쇄 조치를 한 달 이상 지속 중이다.
 
실외 마스크 해제가 '코로나19 종식'으로 잘못 받아들여지면 가까스로 얻은 자유와 행복은 사라지게 된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대면 접촉 면회는 지난해 11월 이후 금지됐지만, 방역 당국은 이달 가정의 달을 맞아 지난 30일부터 3주간 한시적으로 대면 접촉 면회를 허용한 바 있다. 가족간 모처럼 손을 맞잡게 됐지만, 만약 코로나19 유행이 다시 시작되면 이는 꿈도 꿀 수 없다.
 
이번 봄이 지나면 덥고 습한 여름이 올 것이다. 벌써 서울 시내 대중교통과 일부 사무실에서는 냉방기기 가동을 시작한 상태다. 냉방기기가 가동으로 창문을 닫고, 공간이 밀폐하면 코로나19 감염 위험은 그만큼 커진다.
 
당장 내가 위험하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내 주변에 감염 취약 계층이 있을 수 있다.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더라도, 손 씻기 등 개인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현주 경제부 기자 k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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