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오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 경제계가 축하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과감한 규제 개혁을 주문했다. 주요 그룹 총수들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서 이러한 요구를 전달할지도 주목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9일 "제20대 대통령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경영계는 분열을 극복하고 공정한 국정 운영으로 국가 경쟁력을 회복하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새 정부의 목표와 국정 운영 원칙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 정부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변화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에서 출발하는 만큼 조화롭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대한민국의 도약을 이끌어 주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또 "무엇보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과감한 규제 개혁과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에 앞장서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높일 수 있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기업 투자 활성화, 일자리 창출, 경제 성장이란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도록 진력해 주길 당부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경영계도 더 적극적인 투자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새 정부와 함께 대한민국이 글로벌 선도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로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제32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에서 손경식(왼쪽 두번째)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왼쪽)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논평에서 "우리 무역업계는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물류 애로, 장기적으로는 탄소중립에 대응해야 하는 등 동시다발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새 정부가 바라는 '민간이 이끄는 역동적 경제' 실현을 위해 무엇보다 무역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정책적 뒷받침에 역량을 집중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기업이 국제 통상질서의 변화에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균형 있고 전략적인 경제 안보 정책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심화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하지 않도록 민관의 소통과 협력이 강화되기를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주요 기업 70% "새 정부 경제 정책 기대"
대한상공회의소는 "윤석열 정부의 출범을 경제인들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새 정부는 물가, 환율, 공급망 차질 등 단기적인 위기 요인을 극복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국가·사회 발전과 경제 재도약을 이뤄 주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특히 구조적 저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가 성장동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규제·노동·공공·교육 등 각종 개혁 과제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며 "이들 과제는 인구 충격, 지방 소멸 위험, 양극화 등 다양한 이슈와 얽혀 있는 복합적 문제인 만큼 통합적인 관점에서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소통하면서 풀어나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경제계도 국가 경제의 발전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 사회적 책임 완수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의가 국내 기업 322개사를 대상으로 '새 정부 경제 정책과 최근 경제 상황'을 조사한 결과 새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응답 기업의 72.7%가 '기대한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에서 경제 정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중요한 요소를 묻는 말에는 '미래를 위한 투자·인프라 지원'(96.3%)과 '규제 혁파를 통한 기업 혁신 유도'(90.4%) 등으로 답변하는 등 기업들은 규제 개선을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논평에서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 장기화,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수출 환경 악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잠재성장률 저하 등으로 한국 경제가 내우외환의 복합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민간의 성장 활력 재점화를 통한 경제 살리기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새 정부는 미래 먹거리 발굴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규제 혁파 등 경제 활성화 정책에 전력을 다해주기 바란다"며 아울러 기업들이 더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다양한 투자 지원책을 마련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전경련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 앤 리서치에 의뢰해 대기업 250개사와 중소기업 250개사 등 총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년 규제 개혁 체감도는 95.9로 나타났다. 올해 체감도는 지난해 92.1보다는 상승했지만, 여전히 불만족으로 조사됐다.
규제 개혁 체감도는 전년도 정부의 규제 개혁에 대해 기업들이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 초과면 만족, 100 미만이면 불만족, 100이면 보통으로 해석한다.
한시적 규제 유예 등 정부 정책 방향 제시
불만족한 기업들은 '해당 분야 규제 신설·강화'(25.8%), '해당 분야 핵심 규제 개선 미흡'(24.7%) 등을 주요 이유로 제시했고, '보이지 않는 규제 해결 미흡'(19.1%), '공무원의 규제 개혁 의지 부족'(18.0%) 등의 의견을 냈다. 이들 기업이 꼽은 핵심 규제로는 '중대재해처벌법'(27.3%)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새 정부의 규제 개혁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경기 진작을 위한 한시적 규제 유예'(28.5%), '글로벌 스탠다드에 어긋나는 낡은 규제 개선'(22.9%), '신산업 육성을 위한 관련 규제 정비'(20.4%), '공무원의 규제 개혁 마인드 개선'(13.8%)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새 정부의 규제 개혁에 대해 '기대한다'는 응답은 24.6%, '기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4.0%로 비슷한 수준으로 파악됐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통상 정권 초에는 규제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다가도 정권 말로 갈수록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규제 개혁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큰 차이가 없는 것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인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정부가 출범하면 일회성 규제 개혁보다는 시스템적 개선을 통한 지속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서울국제포럼(SFIA) '복합위기 극복과 글로벌 중추국가 도약을 향한 경제안보 구상' 정책 간담회에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10일 진행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를 포함해 재계 관계자 80여명이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의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허창수 전경련 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등 6개 경제단체장도 초청받았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