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퇴임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임기 5년을 마무리하며 "위대한 국민과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10일 출범하는 윤석열정부를 향해서는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국민통합을 당부했다. 청와대 사랑채 앞 광장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순간을 응원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 첫 일정으로 국립현충원과 효창공원 내 독립유공자 묘역을 참배했다. 오전 8시 현충원을 찾아 헌화·분향하고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의 넋을 기렸다. 문 대통령은 현충원에서 '더 당당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겠습니다'라며 임기 마지막 방명록을 남겼다. 이어 효창공원으로 이동해 독립유공자 묘역을 참배했다. 삼의사 묘역을 나오는 길에 만난 시민들은 문 대통령에게 박수와 함께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응원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감사합니다"라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참배 일정을 마친 뒤 청와대 본관에서 퇴임 연설을 통해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다. 평범한 시민의 삶으로 돌아가 국민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며 성공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퇴임사에는 재임 5년간 이룬 성과에 대해 국민들에게 감사하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내 현충탑에 분향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고조되던 한반도의 전쟁위기 상황을 대화와 외교의 국면으로 전환시키며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면서도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은 우리의 의지와 노력이 부족한 탓만은 아니었다. 우리 의지만으로 넘기 힘든 장벽이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평화는 우리에게 생존의 조건이고, 번영의 조건"이라며 "남북 간에 대화 재개와 함께 비핵화와 평화의 제도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경제, 수출, 디지털, 혁신, 방역, 보건의료, 문화, 군사력, 방산, 기후위기 대응, 외교와 국제협력 등 많은 분야에서 선도국가가 되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에서 이뤄진 성과에 대해 모두 국민들 공으로 돌렸다. 문 대통령은 "저는 위대한 국민과 함께 성공하는 대한민국 역사에 동행하게 된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며 "위대한 국민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나라다운 나라를 요구한 촛불광장의 열망에 우리 정부가 얼마나 부응했는지 숙연한 마음"이라고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다 이루지 못했더라도 나라다운 나라를 향한 국민의 열망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윤석열정부를 향해 "성공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계속 이어나가길 기대한다"며 "이전 정부들의 축적된 성과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더 국력이 커지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길 기원한다"고 바랐다. 특히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선거 과정에서 더욱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며 국민통합의 길로 나아갈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성공의 길로 더욱 힘차게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퇴임 연설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윤 당선인 취임식 참석차 방한한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과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을 만나며 마지막 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청와대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오후 6시 참모진 인사를 받으며 청와대를 떠났다. 문 대통령 내외는 청와대 정문에서 걸어나와 사랑채 앞 광장까지 이동하며 시민들과 만났다. 수많은 시민들이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문 대통령은 광장에 준비된 연단에서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리는 윤 당선인 취임식에 참석한 뒤 KTX 편을 통해 경남 양산시 사저로 내려간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던 민주당 의원들과 참모진이 함께 한다. 오후 3시쯤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사저로 들어가기 전 마을회관 앞에서 지역주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임기를 마친 소회도 밝힐 예정이다. 20대 대통령 취임 만찬에는 불참한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