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이 미뤄지면서
삼성전자(005930)의 투자 위축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사업에서 인텔의 거센 추격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놓였다. 따라서 업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인텔은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파운드리 분야에 지난해 기준 R&D(연구개발) 투자 역대 최대 규모인 152억 달러(약 19조3000억원)을 쏟아 부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2% 늘어난 수치며 반도체업계 전체 R&D 지출의 약 20%에 육박한다.
반면 리더십 부재 위기에 놓인 삼성전자의 R&D 투자는 지난해 65억 달러(약 8조2000억원)에 그쳤다. 전년과 비교하면 13% 증가했으나 인텔과의 격차는 87억달러(약 11조원)에 달한다. 2020년 조사에서도 인텔이 129억달러(약 16조4000억원), 삼성전자는 56억달러(약 7조1000억원)를 각각 R&D 부문에 지출한 점을 감안하면 양사 간 투자 격차가 벌어지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세운 바 있으나 선두주자인 TSMC와의 점유율 격차는 약 30%에서 수년간 줄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말 TSMC는 56%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삼성전자(16%)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이같은 처지에 놓인 배경으로 이 부회장의 리더십 부재를 꼽고 있다. 이들은 R&D 투자 외에도 M&A(인수합병)를 5년 째 성사시키지 못한 점 역시 오너의 신속한 결단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현재 M&A를 통해 적극적으로 신기술을 확보해야하는데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있다"며 "M&A라는 것은 최고 의사 결정하는 사람이 자유로워야 가능한데 그게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위협하는 동안 이 부회장은 2017년부터 지난달까지 총 126회의 재판을 받았다. 지난해 8월에는 구속된 지 207일 만에 가석방으로 풀려났으나 취업제한과 보호관찰 조치에 따라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부회장은 매주 목요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공판에 참석중이다. 오는 12일 오전 10시에는 45차 공판이 예정돼있다. 이 부회장은 7월 형 집행 완료 이후에도 5년간 취업 제한 조치를 받는다. 사면 불발 시 경영 활동 제약이 지속될 것이란 얘기다.
따라서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을 사면·복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는 10일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 10대 그룹 총수 및 재계 관계자 약 80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이 부회장의 사면·복권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특히 반도체는 적기 투자가 생명인데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대만의 TSMC, 미국의 인텔 등의 투자 확대로 삼성전자의 입지가 많이 좁아진 상황"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통해 보다 과감한 결단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