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이대로는 안된다②)소액주주 무관심이 문제다

선진국 대비 국내 개인 비중 높지만 주주권 행사엔 '소홀'
자본시장 선진화 위해 기관투자자 영향력 확대 필요

입력 : 2022-05-1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성남 기자] 소액주주의 무관심도 올바른 주주총회 문화를 만드는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상법상 제도적인 개선과 더불어 올바른 투자 문화 정착을 위한 소액주주의 적극적인 주주 권한 행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점진적으로는 선진국 대비 높은 소액주주의 비중이 낮아지고, 기관투자자의 영향력 확대가 이어져야 자본시장 선진화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13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작년 12월 결산법인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의 상장회사 2187개의 주총을 분석한 결과 "제도는 엄격하지만 소액주주의 주주총회 참여는 여전히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이재혁 한국상장협 정책2본부장은 "주요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차이점을 비교하면 소액주주의 비중이 높고, 이들의 주식 보유 기간은 짧다"면서 "국내 소액주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의결권 행사나 총회 참여 등이 아니라 주가 상승과 배당"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그는 "세제 지원 등을 통해 개인투자자의 간접투자 활성화 정책으로 투자 환경을 개선해 투자자가 안정적인 주가 상승과 배당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의 소액주주 비중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월등한 수준이다. 지난해말 기준 한국예탁결제원이 집계한 개인 주식 보유 비율은 유가증권시장 37.0%, 코스닥 시장 68.8%로 나타났다. 
 
이 본부장은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선진국 거래소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미미하고, 일본 도쿄거래소의 경우 개인 주식보유 비율이 22.0%에 반해 우리나라 개인투자자의 주식 보유 비율은 50.2%로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개인투자자의 직접 투자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라고 했다.
 
높은 소액주주의 비중에도 실제 적극적인 소액주주 권한을 행사한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의 주총 안건 통과 결과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특히, 소액주주의 연대 실패로 통과된 안건 중에서는 회사의 발전과 관련된 내용이 아닌 경영진에게 유리한 과도한 퇴직금 조항을 신설한다거나, 무경력자 대표이사가 선임된다거나 하는 등의 결과가 나오면서 적극적인 소액주주의 권한 행사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온미디어의 경우 주총 승인을 통해 신규 선임된 임동연 대표는 1997년 창업주의 아들로 입사 경력도 1년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임화섭 전 대표에게 120억원의 퇴직금을 지급하는 안건도 주총에서 통과됐다. 가온미디어의 경우 임 대표 일가의 지분율이 14%, 소액주주 비율은 75.33%였다.
 
엔지켐생명과학도 주총에서 대표이사 해임시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는 ‘황금낙하산’ 도입에 성공했다. 지난해 말 기준 손기영 대표 등 엔지켐생명과학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18.74%다. 소액주주들의 지분율은 76.32%였다. 이밖에 이번 주총에서 라파스(214260), 성신양회(004980), 펩트론(087010) 등도 정관 변경을 통해 ‘황금낙하산’ 조항을 변경했다. 펩트론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9.4%에 불과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대가 없는 상장회사의 경우 저조한 투표율과 무관심에 따라 회사 경영에 사실상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높은 소액주주 비중이 오히려 통과가 어려워 보이는 안건의 수월한 통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소액주주의 주주총회 참여는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실시와 주총일 분산 등 기업 노력 및 제도 개선에도 여전히 소액주주들의 총회 참여는 매우 저조한 상황"이라며 "최근 3개년 동안 실제 전자투표를 통한 의결권 행사율은 5% 수준에 그치고 있고, 소액주주는 늘어났지만 직접 주총장에 참석하는 주주 수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제53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 총회장 입구에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2022.03.16. 사진=뉴시스
 
최성남 기자 drks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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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