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최근 우리나라 경제를 둘러싼 대외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관련해 학계가 △공급망 교란 △가계대출 부실화로 인한 금융발 경제 위기 △중국 경제 경착륙을 3대 핵심 리스크로 꼽고, 이에 대한 대응을 주문했다.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시장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수도권 대학 상경계열 교수 150명을 대상으로 새 정부가 유념해야 할 경제 리스크를 조사한 결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 가계대출 부실화로 인한 금융발 경제 위기, 부동산 버블·과다 기업부채 등으로 인한 중국 경제 경착륙을 발생 가능성이 높고,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리스크로 꼽았다.
응답한 교수의 과반은 '미·중 갈등 격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 심화'의 발생확률이 높고, 우리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봤다. 발생 확률의 응답 비중은 △높음(47.3%) △보통(35.3%) △매우 높음(12.7%) △낮음(4.7%) 순이었고, 발생 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위험도는 △심각(53.3%) △보통(30.7%) △매우 심각(11.3%) △낮음(4.7%) 순으로 나타났다.
공급망 교란에 대비해 어떤 대응책이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핵심 원자재에 대한 수입선 다변화'(42.2%)를 가장 중요한 정책이라고 답변했고, 그다음으로 '에너지 이용 효율성 제고를 위한 산업 구조의 개선'(16.5%)과 '해외 자원 개발 확대'(15.3%) 등의 순이었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 심화 대응책 조사 결과.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가계 대출 부실화로 인한 금융발 경제 위기'에 대해서도 응답한 교수의 절반 정도가 발생 확률이 높고, 발생 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발생 확률의 응답 비중은 △높음(41.3%) △보통(32.7%) △낮음(18.0%) △매우 높음(8.0%) 순이었고, 발생 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위험도는 △심각(42.0%) △보통(36.7%) △낮음(13.3%) △매우 심각(8.0%) 등으로 예측했다.
이들 교수는 가계부채의 효과적 해결 방안으로 '기준금리 인상'(28.5%), '고용 확대를 통한 가계의 금융 방어력 강화'(17.1%) 등을 제안했다.
'중국 부동산 버블과 과다한 기업부채 붕괴, 코로나19 봉쇄 등 중국 경제 경착륙'에 대한 발생 확률의 응답 비중은 △높음(39.3%) △보통(36.7%) △낮음(16.7%) △매우 높음(7.3%) 순이었고, 발생 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위험도는 △심각(42.7%) △보통(40.0%)△ 낮음(12.0%) △매우 심각(5.3%) 순이었다.
중국 경제가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해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에 대해서는 '수출 다변화 지원 정책'(47.0%)을 가장 많이 꼽았고, '안정적 금융 시스템 방어력 구축'(29.5%), '대중 의존도 높은 산업 내수 지원책 강화'(18.6%) 등으로 응답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에서 대출 창구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와 함께 스태그플레이션과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제조업 리스크도 위험도는 보통이지만,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오일쇼크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높음(40.7%) △보통(39.3%) △낮음(14.0%) △매우 높음(6.0%) 순으로 집계됐고, 스태그플레이션 대응책에 대해서는 '금리 인상 유지, 경기 침체보다 물가 안정 주력'(42.5%)과 '성장 잠재력 확충, 기술 혁신을 통한 경제의 공급 능력 확충'(30.3%)을 많이 꼽았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제조업 위축에 대한 발생 확률은 △높음(41.3%) △보통(41.3%) △낮음(14.0%) △매우 높음(3.4%) 순이었다. 이에 대해 가장 먼저 개선돼야 할 부분은 '탄소감축 기술 지원 확대'(33.8%)와 '탈탄소 전략 기술 지원'(24.4%) 등 기술 지원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한국 경제 10대 리스크별로 발생 확률과 위험성에 대해 발생 확률이 '높음' 이상이고, 위험성이 '심각' 이상인 경우를 핵심 리스크로 간주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신정부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됨에 따라 복합 경제 위기의 상황에서 출범하게 됐다"며 "정책적 역량이 제한돼 있으므로 공급망 교란 심화 등 발생 가능성이 높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 영향이 큰 대내외 리스크부터 우선적으로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