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으로 "문재인 전 정부가 세금에만 의존했다"고 진단했다. 민주당 대표였던 그가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송 후보는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세금이 집 있는 사람한테만 부담이 크고 집 없는 사람은 부담이 적을 것이라는 것은 대단히 착각한 것"이라며 "세금을 때리면 집주인이 그 부담을 관리비 인상 등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 세금을 징벌적 수단으로 쓰면 안 된다"며 "내로남불 논란이 있던 부동산 정책 문제에 우리 당의 실패가 있었으므로 과감히 이 문제 해결에 뛰어들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의 부동산 주요 문제를 공급 부족으로 지적한 송 후보는 그 원인을 "박원순 전 시장이 재개발을 소극적으로 지정한 탓"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는 "박 전 시장이 재개발 지정에 너무 소극적이어서 공급이 늦어졌다"며 "주택 공급은 최소한 4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한데 그때 적극적인 인허가 조치가 안 되는 바람에 지금의 병목 현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시가 매년 8만~10만호를 공급해야 하는데 올해 공급해야 할 주택이 2만호 정도에 불과하다"며 "재개발을 촉진 박 전 시장 때와 다르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송 후보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내세운 민간 주도 개발의 문제점을 내세우며 공공개발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송 후보는 "오 후보는 신속통합기획으로 절차를 빨리해 민간 위주의 개발을 주도하고 있지만 민간 개발은 중간에 시공사와 조합 간 수많은 법적 분쟁으로 공급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공급이 차질 없이 되도록 민간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공공이 병행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 후보가 1년 전 보궐선거에 당선되면 바로 일주일 안에 집값을 잡겠다고 큰 소리를 쳤는데 1년 내내 그림만 그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41만호 공급 공약을 발표했는데 매년 10만호 정도 공급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라며 "그 전에 블록체인을 이용한 디지털 자산을 통한 개발 이익의 성과가 시민에게 돌아가도록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택 공급량을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재개발 용적률 완화와 재건축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송 후보는 "재건축은 조합원들이 다시 집을 가져가기 때문에 추가로 민간에 공급되는 양은 적다"라며 "재개발은 용적률이 낮기 때문에 (용적률을 높이면) 공급량이 많아지므로 이를 촉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남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에 대해선 "시장(상황)이 되면 당연히 재건축될 수 있다"면서도 "공공개발 방식으로 재건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는 거주민 절반 가량이 임차인으로 알려져있는데, 이들의 재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용적률을 풀어주는 방식을 사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 완화도 강조했다. 다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을 1주택자와 동일하게 공시가격 11억원으로 맞춰 상향하는 내용이다. 일시적 2가구, 농촌과 저가주택을 포함한 2주택자를 종부세 중과 대상에서 배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재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은 6억원부터다. 이 때문에 중저가 2주택 소유자가 고가 1주택자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송 후보는 또 대출 보증을 확대해 내집 마련 기회를 늘리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는 "아무리 공급이 되더라도 LTV(주택담보대출비율)가 50~60%로 통제돼 9억원 이상의 돈은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을 안 해주면 그림의 떡"이라며 "세제는 완화시키고 공급은 확대하고 금융은 지원해서 부동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운데)가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했다. (사진=송영길 캠프)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