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반복되는 상장사 횡령…왜 이럴까?

줄잇는 횡령사건…오스템 2215억원·클리오 19억원·아모레 30억원
내부 감시체계 미비·한탕주의·솜방망이 처벌이 원인

입력 : 2022-05-1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연지 기자] 최근 엄청난 규모의 횡령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상장사의 횡령 사건은 주가에 즉각 영향을 미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몫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실한 내부 감시체계 △한탕주의 △솜방망이 처벌 등을 횡령 사건 발생 이유로 꼽았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전일 직원의 횡령 사건이 알려지면서 이틀 연속 하락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날 횡령 사건이 알려지기 전날인 지난 16일 종가(16만2000원) 대비 6000원(3.7%) 하락한 15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화장품 업체 아모레퍼시픽의 직원들은 회삿돈 30억원을 횡령해 주식이나 가상화폐 등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내부 감사를 통해 영업 담당 직원 3명이 거래처에 상품을 공급하고 받은 대금을 빼돌리는 식으로 회사자금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하고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해당자 전원을 징계(해고) 조치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사건에 대해 따로 공시하지는 않았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공시 규정에 따르면 임직원(퇴직자 포함)의 횡령이 확인되면 이를 즉각 공시해야 한다. 단, 임원이 아닌 직원 등의 경우에는 횡령·배임 금액이 자기자본의 100분의 5(대규모법인의 경우 1000분의 25) 이상인 경우로 한한다. 지주회사의 경우 자회사에서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 이를 공시해야 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임원 횡령의 경우 즉각 공시하고, 직원 횡령일 경우에는 자기자본 대비 횡령 금액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앞서 오스템임플란트(048260)의 대규모 횡령 사건도 있었다. 재무팀장이 회삿돈 2215억원을 횡령해 주식투자에 사용한 사건이다. 클리오(237880)에서도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클리오 직원 A씨는 지난해 초부터 올해 초까지 약 1년간 18억9000만원 가량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양전기(012200)도 245억원의 직원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금융지주(316140) 자회사 우리은행에서도 4월 내부감사에서 직원이 614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약 50억원 가량의 추가 횡령 사실도 알려졌다. 또 신한은행에서도 한 영업점 직원이 2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횡령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의 외부 감시 체계가 무용지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달 초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발생한 대형 금융사고는 은행권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해당 은행에 대한 검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해 사고에 책임 있는 관련자를 엄정 조치하고, 내부통제 미비점에 대해서는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횡령 사건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조사 결과가 나오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문제점 등을 파악해 추가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부 감시체계 미비와 함께 최근 우리 사회에 팽배한 '한탕주의'를 횡령 사건 발생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부 통제가 구멍이 있었기 때문에 직원들이 이 빈틈을 활용해서 개인적인 사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센티브가 존재했다"며 "또 현재 근로 의욕이 많이 떨어져 있는 부분도 횡령 사고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로 대규모 시중 유동성이 풀렸고, 다양한 종류의 자산 가격들이 급등하는 모습들이 나타나면서 근로소득의 한계를 느낀 사람들이 다른 종류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팽배해 있다"면서 "이런 부분들이 횡령 사건이 급증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횡령 사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형법상 횡령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 업무상 횡령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횡령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법정형이 상향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하는 양형기준은 횡령액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까지는 기본 징역 4년~7년 사이다. 횡령액 300억원 이상일 경우 기본 5년~8년이다.
 
황 연구위원은 "횡령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에 대한 처벌을 조금 더 무겁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양형 기준을 감안하면 처벌 기준이 상당히 느슨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횡령의 책임이 있는 주체들에게 강력한 책임과 처벌으로 향후 이러한 사태가 재발되는 것을 억제해야 한다"며 "처벌 강화와 내부 통제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엄청난 규모의 횡령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상장사의 횡령 사건은 주가에 즉각 영향을 미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몫이 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연지 기자 softpaper6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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