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장관으로 한동훈 전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가 지난 17일 취임했다. 뒤통수를 맞은 야당은 이것이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시정 연설에서 강조한 협치냐며 분해 하고 있지만 위법은 아니니 입술만 깨물 일이다.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될 때 야당이었던 여당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윤 대통령이 한 장관을 후보자로 지명했을 때 당시 여당이었던 야당은 가당치도 않다는 분위기를 넘어 가소롭다는 반응이었다. 심지어 너무 어리다는 다소 유치한 프레임까지 씌웠다. 한 장관은 "제가 거의 50이 됐고 공직생활에서 이분야만 20년 넘게 근무를 했다. 이런 정도 경력을 가진 사람이 나이나 경력 때문에 장관직을 수행 못할 만한 나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맞받았다.
검찰에서조차도 다소 황당하다는 말들이 나왔다. 한 장관이 사법연수원 27기이니 검찰 내에서도 선배가 23명. 층층시하다. 선후배 관계가 분명한 문화적 특성이 있는 만큼, 전례에 비쳐 보면 너무 기수가 낮다는 불만이 나올만도 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여당이 '검수완박' 강행으로 검찰의 존망이 백척간두인 상황에서 왜 하필 제일 뾰족한 각을 세우고 있는 한 장관이냐는 걱정이 대다수였다. 한 장관의 자질이나 능력에 대해 딴지를 거는 검사들은 없었다. '의외지만 될만 한 사람'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한 몇몇 고검장들은 "매우 탁월한 인물"이라고도 했다.
봉인이 풀린 한 장관은 시위를 떠난 화살같이 달려나갔다. 윤 대통령이 임명을 재가한 몇시간 뒤, 늦은 저녁시간이었지만 곧바로 취임식을 가졌다. 여기서 무려 14페이지에 달하는 정책발표를 쏟아냈다. 특히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2년 전 없애 버린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부활을 예고했는데 다음날 아침 당장 서울남부지검에 합수단이 설치됐다. 첫 일머리를 잘 풀었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전광석화 같은 모습이 여지없이 특별수사의 모습을 닮았다.
한 장관을 바라보는 국민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그의 말처럼 국민은 인권을 보호하는 따뜻한 법무행정가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칼잡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언론에서도 한 장관을 여전히 '조선 제일검'이라 부르고 있다.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취임 이튿날 단행한 고위 간부 인사에서 특수부 출신 검사들을 대거 전면에 내세웠다. '검수완박'으로 시한부 수사권만을 손에 쥔 검찰이 전 정부 인사들을 겨냥해 '마지막 피바람'을 부를 것이라는 전망도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선량한 개미들을 구제할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그 신호탄으로 의심받고 있음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 '정의와 상식의 법치'이다. 그러나 누구의 정의인지 누구의 상식인지에 따라 법치가 달라져서는 안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제도와 법이 문제가 된 예는 드물다. 그것을 다루는 사람이 문제였다. 당장 '검수완박'만 해도 검찰권을 입맛대로 휘두른 사람, 앞뒤 재지 않고 묻지마 개혁을 밀어붙인 사람들이 '상호 공모하여' 만든 결과물이다. 국민들에게 돌아갈 그 폐해는 가늠할 수조차 없다.
한 장관이 전 정부에서 받은 핍박은 가혹했다. 윤 대통령이 '국정원 댓글 수사'로 정권으로부터 받은 보복보다 훨씬 더했다. 현직 검사로서 정도를 지키며 자중했던 한 장관이 결국 전 정부의 조리돌림을 정면으로 맞받은 것도 이해 못할 일이 아니다. 밤을 새워가며 거악과 싸우고 국민의 부름으로 시작한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검사에게 그래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한 장관의 대승적 결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검찰 편가르기, 보복·한풀이 수사는 더 이상 안 된다. 그것은 국민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 힘 없고 소외된 사람들의 따뜻한 울타리, 선진 법치행정의 리더, 피같은 세금에 맞는 법률서비스 제공자가 국민이 원하는 법무부 장관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와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 결단력과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피할 수 없는 윤석열 정부 법무부 장관의 숙명이다.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 더 이상 '한동훈의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는다.
최기철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