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교육감의 품격

입력 : 2022-05-26 오전 6:00:00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교육'은 지식과 기술 같은 것을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주는 것을 의미한다. 즉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단순한 지식·기술 전달이 아니라 이를 통해 사람다운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데 있다는 말이다.
 
교육의 궁극적 목표를 생각한다면 교육감의 역할은 국·영·수와 같은 교과 과목을 잘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아이들이 타인을 이해하고 나와 다르더라도 인정할 수 있는 인격을 갖추도록 이끌어야 한다. 나아가 교육감 자신 또한 훌륭한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괜찮은 인격을 갖출 필요가 있다. 자신도 하지 못하는 것을 아이에게 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지방선거에선 안타깝게도 교육감의 인격 또는 품격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특히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벌어지는 교육감 선거 양상은 아이들 보기 부끄러울 정도다.
 
특히 후보가 난립해 표가 갈라진 보수 진영의 갈등 상황이 낯 뜨겁다. '미친X', '인간 말종', '간신배' 등 각종 욕설과 막말까지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공개적인 석상에서 한 언사가 아니었다고 해도 욕설을 한 이의 교육감 후보 자질은 의심할만한 대목이다. 이런 말을 일삼는 교육감이 '생각이 달라도 상대방을 욕해선 안 된다'고 학생들을 가르치긴 어렵기 때문이다.
 
보수 후보들이 현 서울시교육감이자 진보 진영인 조희연 후보 비난에만 집중하는 것도 아쉽다. 조 후보는 보수 후보들이 단일화에 사실상 실패한 것의 반사적 이익으로 이번 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조 후보를 깎아내려야만 하는 보수 진영의 속내는 이해하지만 비판에만 매몰돼 정작 가장 중요한 정책은 부각하지 못하고 있음은 아쉬운 일이다.
 
한국방송(KBS)이 지난 23일 연 서울시교육감 선거 첫 TV 토론회에서도 보수 후보들은 '조희연 때리기'에만 집중했다. 이날 보수 진영에선 박선영·조영달·조전혁 후보가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들 세 후보는 자사고 폐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대상 1호 등을 언급하며 입을 모아 조희연 후보를 맹공격했다.
 
조전혁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조차 "조희연 후보는 이념 편향도 모자라서 평양에 수학여행을 보낸다고 한다"고 비난했다. 이 때문에 이는 선거를 앞둔 교육감 후보들의 토론회라기보다는 '조희연 청문회'에 가까운 모습이었다는 지적이 이어지기도 했다.
 
가뜩이나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을 받는 교육감 선거인데, 자극적인 내용까지 쏟아지면서 정책은 더욱 눈에 띄지 않게 됐다. 각 후보가 각종 공약을 발표하고는 있지만 기존에 비해 획기적이지도, 구체적이지도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종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고 소모전을 치르는 사이 투표는 어느새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일들을 돌이키기는 힘들겠지만 교육감 후보들이 이제라도 기본적인 인격을 갖춘, 보다 품격있는 모습으로 선거에 임해주길 바란다.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김지영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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