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지현은 계륵인가

입력 : 2022-05-27 오전 6:00:00
1996년 3월29일생, 26세라는 최연소 나이에 여당의 비대위원장이 되어 박수 받던 정치 신인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2022년 5월27일 현재, 대선 패배이후 재기를 노리는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국회원 후보에게 계륵이 되어가고 있다.
 
애초 이 후보와 민주당은 대선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지지기반으로 삼던 '2030 남초'들에 대한 대항마격으로 'n번방의 여전사 박지현'을 등장시켰고 일명 ‘개딸’로 불리는 '2030 여성 개혁 주체'들을 정치전선으로 끌어들이면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기도 했었다.
 
그러나 너무 빨리 겉멋에 취한 것일까, 언론들의 전략적 스포트라이트와 정치인들의 사탕발림에 중독이 되어버린 그녀는 지금 제대로 된 전략없이 무조건적인 비난과 읍소전략 사이에서 갈팡질팡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이로 인해 단 한 명이 아쉬운 지방선거 싸움에서 지지자들은 격노했고 중도층은 민주당을 경멸하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경험이 부족하고 무지한 사람에게 공허한 박수가 더해지면 오버하고 실수가 생기기 마련인데, 여기에 조급함까지 겹쳐져 박 비대위원장의 행보는 급브레이크가 필요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녀는 2022년 4월25일 뜬금없이 "윤석열 내각의 후보자들을 정리하려면 우리 내부의 잘못을 성찰해야 한다"며 이미 물러난 조국·정경심 부부에게 재차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몇 백 번이고 사과하겠다"며 머리를 조아렸지만, 그는 그 전부터 수차례 사과를 했었고, 민주당 의원들과 당 대표 역시 여러 번 사과를 해왔었기에 그와 같은 반복적인 사과가 그 시점에 왜 또 다시 필요했는지 고개를 젓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후,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했던 '기소권-수사권 분리' 법안에 대해서 신중론을 제기하고 한 발 물러서며 김 빼는 모습을 보여 당의 결기를 약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고, 같은 당 박완주 의원 등의 성비위 문제에 대해서는 ‘닥치고 사과’를 외치며 사과의 여신으로도 등극했다. 최근 최강욱 의원의 '짤짤이 논란'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 누구보다 앞장서 신이 난 듯 최 의원을 성토하고 강력한 징계를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그의 행보가 민주당 지지자들을 상당히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잘못했으면 사과하는 것이 맞겠지만 안 그래도 불리한 지선을 앞두고, 이미 여러 번 사과하고 넘어간 일을 매번 새로 꺼내며 사과를 강요하고, 사람들에게 나쁜 기억을 소환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팩트 체크의 기회는 제대로 주지도 않은 채 무조건 ‘닥치고 사과’를 외침으로써 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전파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오히려 상대당보다 더 심하게 자당의원들을 공격하면서 선거를 말아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0.73%라는 근소한 차이로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게 되어 속이 문드러지고 짜증나 뉴스도 보기 싫은 상황인데 비대위원장의 일방적인 사과 행보가 즐거울리 없었기에, 경솔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여성 비대위원장을 향한 분노 게이지가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런데, 눈치 없는 박 비대위원장은 6·1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사흘 앞둔 24일, 또 다시 아무 이유도 없이 다른 지도부와 상의도 않고 독단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기에 이른다. 그녀는 '586 용퇴론'을 주장했지만 그러한 용퇴론이 왜 갑자기 그 시기에 필요한 것인지, 586들과 상의가 된 것인지, 그래서 586이 물러나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등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또한, 그의 쓸데없이 무용하고, 유해한 사과는 그 형식과 시기, 내용을 두고 참으로 문제가 많은 것이었다. 우선, 그날 박 비대위원장의 사과는 무엇에 대한 사과였는지 전혀 실체가 없었다. 게다가 자신을 믿고 기회를 주면 책임을 지고 당을 쇄신시키겠다고 했지만, 어떤 비전이나 정책 제시 혹은 구체적인 미래 계획이 제시된 바 없을 뿐 아니라, 26세 초보 정치인 박 비대위원장이 무슨 책임을 진다는 것인지 유권자들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 
 
지방선거는 대선과 달라서 열혈 지지자들이 얼마나 결집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데, 내부 총질과 분란의 선봉장이라는 소리를 듣는 그녀가 전략도 없이 남발하는 사과는 민주당 지지자들을 부끄럽게 만들었고, 상대당의 논리에 철저히 놀아난 바보처럼 느끼게 만들었으며, 결국 정치혐오를 재차 학습시키는 늘어진 테이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게 되어 버렸다. 
 
박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2030 개딸'을 대변하는 신선한 젊은 지성인처럼 행동해왔으나, 사실은 자신만을 위한 정치꾼으로 변모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자기도 의식하지 못한 채 초라한 관종이 되어가고 있던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중했으면 좋겠다.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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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